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이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명이 있으며 이중 30%는 약물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국내 약 12만명이 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은 약으로 치료할 수 없지만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치료율이 약 85%로 매우 높다.
하지만 전국에 높은 난이도의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6개뿐이다. 서울에 5개(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고대구로병원), 부산(해운대백병원)에 1개뿐이다.
뇌전증은 수술을 하려면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등 수술장내 협진 시스템이 필요하고 전문간호사, 비디오뇌파검사 장비 및 기사인력 등 갖춰야할 것들이 많다. 또한 뇌전증 수술은 어렵지만 수가가 낮고 병원 지원도 없어서 대학병원 대부분이 엄두를 내지못하고 있다. 뇌전증 수술에 숙련된 신경외과 의사 역시 매우 부족하다. 한국에 뇌전증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1만명이 넘지만 1년에 뇌전증 수술을 200명밖에 못하고 있다. 암, 뇌종양, 뇌혈관 기형, 뇌출혈 등 모든 다른 뇌 수술은 전국 모든 대학병원들이 할 수 있지만 뇌전증 수술은 못한다. 이로 인해 90% 이상 환자들이 수술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질환은 뇌전증 뿐이다.
미국에는 뇌전증 수술센터가 230곳, 일본에는 50곳이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에는 적어도 15~20개 뇌전증 수술센터가 필요하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는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전국 어디서나 뇌전증 수술을 받을려면 지역 거점 뇌전증 수술센터의 구축에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 치매안심센터, 광역 심뇌혈관센터와 같이 지역 거점 뇌전증 수술센터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봉 교수는 이어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극소수의 신경외과 의사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 후에도 수술을 계속할 수 있는 제도 수립이 절실하다"며 "가장 수술을 많이 하고 잘하는 의사가 65세 정년으로 인해 갑자기 뇌전증 수술을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왜냐하면 대체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승봉 교수는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공공의대를 세우겠다고 하지만 65세 정년으로 인해 대학병원의 수많은 고급 의사인력이 갑자기 손을 놓게 된다"면서 "특히 극소수의 뇌전증 수술 의사들이 65세 이후에도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사망률은 일반인의 27배이다. 뇌전증 수술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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