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국민연금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ESG점수 넣어야"
입력 2021-05-30 13:54 

국내주식과 채권에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요소를 반영하며 자본시장에서 ESG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거래 증권사, 위탁 운용사 평가를 할 때 ESG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중요한 잣대로 삼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주문 규모나 위탁 운용 규모를 고려할 때 증권사, 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평가 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들이 기업분석보고서를 낼 때 해당 기업에 대한 ESG 평가 점수를 반영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녹색금융 특별세션에 참가해 "앞으로는 위탁운용사들의 책임투자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다음해 선정·평가에 반영할 것"이라며 "증권사에도 기업분석보고서 등을 만들 때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도록 하고 평가할 때 적극 반영해 나갈 예정에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 3대 연기금으로 87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ESG 강화 주문을 하면서 증권사와 운용사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국민연금 요구에 부합하려면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에서 기업 보고서를 낼 때 해당 기업의 ESG 평가 점수를 표기해야 한다. 현재 일부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는 리포트를 낼 때 해당 기업은 물론 동종 업계의 ESG 점수를 같이 보여주고 있는데, 내년 2분기터 국민연금 매매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증권사가 이 기준을 따라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반기마다 거래증권사 평가를 해서 거래약정 비율을 정하고 있다"며 "거래증권사 평가 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ESG 점수를 리포트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운용사에도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주식 책임투자 유형 위탁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데 이어 내년 1분기부터는 제출 의무 대상을 국내외 주식 및 채권 위탁운용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내외 주식·채권 위탁운용사 선정시 책임투자 요소를 잘 반영하는 곳에 가점을 준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ESG 평가제도는 연금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장 큰 투자가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표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경험, 역량 등을 비즈니스나 관련 생태계에 공유해서 더 혁신이 일어나게 만들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국민연금은 앞으로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소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며 '탈선탄 선언'을 했다.
[문지웅 기자 /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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