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용은 되고 전 대통령은 안 되고?…'사면'에 엇갈린 與 대권주자
입력 2021-05-17 09:21  | 수정 2021-05-24 10:05
이광재 "이재용 사면 긍정적 검토"
박용진 "사회 지도층일수록 강한 규율"
이낙연 "국민 기대 못 미쳐 죄송"

여권 대권 주자들이 '사면'과 관련해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올해 1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사면론을 언급했다가 큰 비난을 받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사과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면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긍정하면서 이들의 사면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됩니다.

대통령도 가능성 열어둔 '이재용 사면론'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일컬어지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16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권 대권 주자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의원은 "기본적으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다 형기를 마치는 게 좋다"면서도 "백신 문제와 반도체는 세계 기술의 정점에 서 있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얘기를 하면 삼성 장학생이라고 많은 비판이 나오겠지만 소신 있게 얘기하는 것이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찬성한다는 응답이 64%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열어둔 바 있습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사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적 여론에 더해 여권 내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기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재용 사면 반대도 팽팽 "유전무죄 안 돼"


반면, 여권 내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 지도층일수록 법을 어겨서는 안 되고, 법을 어겼을수록 더 강하게 규율 받는 게 맞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박 의원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도 법과 원칙은 잘 지켜지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박 의원은 제 20대 국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해당 사건에서도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 중입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이재용 사면은 '유전무죄'"라며 "정치적 차원에서 이 부회장 사면은 필패의 카드"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 부회장이 죗값을 지불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자유주의 정권의 지지 기반은 반 토막 날 것"이라며 "제발 한국 현대사에서 재벌이 평민처럼 처벌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받는 사례를 남겼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대통령 사면' 이낙연은 사과 "촛불정신 못 헤아려"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과 대조적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에는 여전히 국민적 반감이 큰 상황입니다.

올해 초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언급한 후 국민적 공분을 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16일) 5·18 민주화 운동 41주년을 앞두고 호남을 찾아 해당 발언을 사과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아직도 광주는 그날의 상처를 아파하고 있다"며 "저는 전남에서 나고 광주에서 자랐다. 그러나 제가 광주 전남을 비롯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일도 있었다.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고개 숙였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면을) 이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했다"며 "그러나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그 잘못을 사과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부회장의 사면과 달리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은 아직 국민적으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지난 11일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박 전 대통령 사면 찬성은 53.4%, 이 전 대통령 사면 찬성은 43.2%를 기록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과반수의 찬성을 나타내기는 했으나 20대(33.1%), 30대(31.8%), 40대(34.5%) 등 젊은 세대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우위를 점한 상황입니다.

이재용 가능·전 대통령 불가?…사면 향방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바라는 이들도 많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게 많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했던 국민의힘의 한 현역 의원은 "여론을 중시해 온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감안했을 이 부회장은 사면 가능, 두 전직 대통령은 사면 불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한 매체를 통해 "석가탄신일 가석방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 있어서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8·15 광복절 특별사면 역시 아직 공식 안건으로 논의 중이진 않으나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문 대통령께서 많이 듣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여권 주자들이 공개적으로 사면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부회장과 두 전직 대통령들의 향방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youchea629@naver.com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