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Z세대는 왜 이준석을 지지할까…'갈등 편승' 지적도
입력 2021-05-12 11:25  | 수정 2021-08-10 12:05
사회문제 꿰뚫는 시의성
할말 하는 사이다 화법

新보수 길 여는 똘레랑스
젠더 갈등 편승 지적도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불과 하루 전인 어제(11일)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동네 뒷산만 다녀본 분들"이라고 지적한 것이 무색하게 오늘(12일) 발표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도에서 13.1%를 기록하며 '선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일부터 어제(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로, 이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27.3%를 기록한 나 전 의원의 뒤를 이어 15.2%의 지지율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은 18~19세를 포함한 20대, 일명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부터 굳건한 지지를 확보하며 상승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왜 MZ세대는 이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걸까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시의성: 최신 이슈엔 언제나 이준석이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하루걸러 하루꼴로 언론사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온라인 설전을 비롯해 젠더 갈등을 야기했던 이수역 폭행 사건, 강원도 차이나타운 문제까지. 이 전 최고위원은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쉴 틈 없이 대중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하루에 적으면 2개부터 많게는 10개까지 게시글을 올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힙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이러한 면모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이슈의 시의성에 민감한 MZ세대의 특성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전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댓글 창에서는 대중들이 특정 이슈들을 언급하며 "이 전 최고위원이 공론화 좀 해달라"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85년생, 만 36세의 이 전 최고위원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SNS를 활용한 '젊은' 소통 방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사이다 화법: "여성 혐오론자? 할 말은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진 전 교수와의 설전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당시 진 전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작은 고추 부대로 세대교체 이루는 셈. 태극기 부대의 디지털 버전"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젠더 갈등에 대해 여과 없이 지적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수역 사건과 관련해 "래디컬 페미니즘 진영에서 2018년에 총력전을 펼쳤던 바로 그 사건의 실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여성 장관 할당제에 대해서도 "아 이놈의 할당제"라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4·7 재보선 이후 여당 측이 20대 남성, 일명 '이대남'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징병제를 비롯해 세계여행비 지원 방안 등을 내놓았을 때 이 전 최고위원은 '현실'의 문제에 집중한 것입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경 문제, 손가락 논란 등 현실의 젠더 갈등에 접근해 20대 남성들이 공론화하고자 했던 '남성 역차별' 관련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거침없는 화법이 MZ세대, 그중에서도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新보수: "홍준표→안철수, 모두에게 '똘레랑스'"


최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 복당 신청을 해 국민의힘 내부에 소동이 일었습니다.

이때 이 전 최고위원은 "이 문제는 계파적 이해관계나 개인적인 홍준표 대표와의 좋고 나쁜 인연 속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20대부터 70대까지, 그리고 개혁적 보수에서 전통적 보수까지 넓어진 스펙트럼 속에서 앞으로 보수정당의 기본 정신은 '똘레랑스(관용)'에 기반을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홍 의원의 '막말' 이미지로 복당 반대 의사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입장입니다. 한 초선 의원은 "강성의 홍준표 의원이 복당한다면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에 누리꾼들은 "당장 보수 세력의 단결을 위해서는 필요한 말"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수 세력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으로 나뉘며 분열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해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여당 측이 180석(더불어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을 확보하면서 분열로 인한 리스크를 철저히 맛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LH 사건, 군인 처우 문제 등으로 여권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MZ세대가 '똘레랑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보수로 나아가자고 주장하는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에 호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 편승' 지적도…"근본 해결책 찾아야"


물론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 전 교수가 지적했듯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이 지나치게 젠더 갈등에 편승한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달 26일 "젠더 논쟁에 정치가 편승해 불에 기름을 붓기보다, 어떻게 갈등을 조정하고 우리 사회의 실질적 양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어디서부터 닦아 나갈지 고민하는 게 정치의 기본 역할"이라며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일 "말로는 젊은 세대를 붙잡겠다고 해도 2030 세대의 분노를 부추기고 편가르기를 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당내 지지율 조사 발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가 되면 외부에 있는 이들에게도 불리하지 않은 경선의 장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youchea629@naver.com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