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22)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지난 주말 사건 당일 손씨와 함께 있던 친구 A씨와 A씨의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A군과 A군의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전날(9일) 조사했다"며 "A군의 어머니 휴대전화도 지난 주말에 임의제출 받아 주말 동안 포렌식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A씨 부자(父子)에 대한 조사는 별개로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A군에 대한 조사는 9~10시간, A군 아버지는 수 시간 동안 다른 공간에서 따로 진행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A씨 부자가) 변호사를 대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와 관련해서는 "(실종 당일) 오전 3시 30분 전후로 A씨와 통화한 내역 등이 있어 지난주 후반에 임의제출을 받았고, 주말 전 포렌식 작업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최근 실종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치 있는 제보를 받아 정밀하게 분석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손씨가 A씨에게 '골든 건은 솔직히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골든'에 대해서는 취미생활에 관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골든'이라는 가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레이블' 등 힙합 용어들이 나온 것을 봐서 서로 우호적인 상황에서 공통 관심사를 이야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찰은 친구 A씨를 늑장 조사했다는 지적에는 "기초 자료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에서 조사해야 하는데, 수사 전환 시점으로부터 (A씨 조사까지) 일주일"이라며 "늦었다는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경찰서 강력팀 7개팀 전체와 서울경찰청, 한강순찰대와 기동대에서도 매일같이 관련 증거 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어떤 예단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인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그는 닷새 뒤인 30일 실종 현장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손씨 시신의 부검을 의뢰해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사인은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는 이달 중순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의류매장에서 직원들을 폭행해 논란이 된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의 부인 B씨의 폭행 사건과 관련해 면책특권 포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청장은 "면책특권 포기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라며 "(면책특권 포기와 관련한) 공문을 대사관에 보냈다. 수사팀에서 벨기에 대사관에 직접 보낸 것"며 외교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벨기에 대사 부인 B씨를 소환 조사한 바 있다. B씨는 지난달 9일 오후 3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의류매장에서 직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