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NS 핫템 '짱구' 잠옷, "네? 모두 폐기 처분될 운명이라구요?"
입력 2021-05-01 09:32 
잠옷을 입고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짱구

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주인공 짱구는 이따금 잠옷을 입고 등장했다. 흰 바탕에 색색의 도형이 그려진 잠옷은 장난끼 많은 짱구의 캐릭터를 잘 드러냈다. 이 잠옷은 2017년에는 '짱구 잠옷'이라는 이름 국내에 출시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상품이 인기를 끌자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고 "짱구가 입는 바로 그 파자마"라며 홍보한 의류 유통업체 등에게 상품을 모두 폐기하고 수익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이들의 제품이 저작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성과를 도용한 부정경쟁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2부(부장판사 박태일)는 지난 2월 일본 만화사 후타바샤와 국내 계약사가 유통업자 A씨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A씨 등은 제품 판매를 멈추고 보관 중인 제폼을 모두 폐기하라"며 "후타바샤와 계약사에 총 3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후타바샤는 일본 만화업체로, 짱구는 못말려의 저작권과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회사다. 국내 계약사는 2017년 7월 짱구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입고 나온 잠옷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의류업체와 협업해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상품은 첫 출시된지 30분만에 품절됐다. 상품이 재출시된 같은해 8월에도 2시간만에 완판됐다.
A씨 등은 2018년 3월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저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짱구 잠옷'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하며 '짱구가 입는 바로 그 파자마', 'SNS에서 핫한 짱구잠옷'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후타바샤와 국내 계약사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피고 측이 계약을 맺지 않고 판매한 짱구 잠옷
재판에서는 짱구 잠옷과 잠옷의 패턴이 독자적 저작물이 될 수 있는지와 A씨 등이 다른 업체의 성과를 도용해 부정경쟁을 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다퉜다.
피고 측은 "기초적인 색상과 도형을 조합한 디자인으로 창작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초로 잠옷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한지 3년이 지나 보호가치가 없고, 유사한 디자인이 중국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됐다"며 "오래전부터 공지된 디자인이고 별다른 창작성도 부가되지 않아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디자인에 대해서는 "짱구의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개구쟁이 성격을 패턴 디자인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이 담긴 표현물"이라며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을 갖췄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패턴 디자인 또한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돼 여러 물품에 이용될 수 있는 문양으로,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의 판매행위는 성과를 도용한 부정경쟁행위라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은 키덜트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포착해 제품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짱구 잠옷'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대대적 홍보와 함께 출시해 인지도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짱구 잠옷이 인기를 끈 뒤 피고들 제품이 판매됐던 사실과 '짱구 잠옷'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인기에 편승하려는 목적으로 제품을 판매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캐릭터 뿐 아니라 캐릭터가 입고 있는 잠옷도 저작권법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상품을 만들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서도 보호돼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 재판부가 꼼꼼히 체계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판결에 항소해 특허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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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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