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해 모든 일의 세부 사항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대화 내용이 훨씬 더 깊어졌죠."
미 제약업체 화이자의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연합(EU) 수장을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최근 EU는 화이자와 백신 18억회분 공급계약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고 이번 주 안에 계약을 최종 체결할 예정입니다.
이 계약이 성사된 데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 간 개인적인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현지시간으로 어제(28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이번 계약에 두 인물의 개인적인 외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측이 처음으로 연락한 시점은 올해 1월입니다.
불라 CEO는 벨기에 생산시설을 업그레이드해야 해서 당분간 백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설명했습니다. EU와 화이자는 지난해 말 백신 최대 3억회분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였습니다.
벨기에 시설 업그레이드가 순조롭게 진행되며 두 인물은 문자 메시지와 통화로 지속해서 연락해 나갔습니다.
불라 CEO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뢰도 쌓여 갔다"라고 NYT에 회고했습니다.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공급이 생산 차질 등으로 지연되자, 두 인물은 이런 유대관계를 토대로 추가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습니다.
EU는 2월 17일 화이자 백신 2억 회분에 대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19일에는 1억 회분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023년까지 최대 18억 회분을 받는 새로운 계약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고, 지난 23일엔 며칠 내에 합의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8억회분은 4억5천만명의 EU 인구가 각 4회씩 접종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AZ 백신의 부족분을 충분히 메꿀 만큼의 화이자 백신 물량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계약으로 EU는 화이자의 최대 고객으로 거듭났습니다.
유럽은 여유 물량 일부를 동맹국에 재판매하거나 기증해 영향력을 키우는 '백신 외교'를 추진할 여지도 생겼습니다.
NYT는 이를 두고 "정치적 생존 노력과 기업의 적극적인 영업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EU가 화이자 백신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위험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백신 생산에 또 차질이 빚어지거나 새로운 부작용이 발견될 경우 EU 전체 접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이자 백신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큽니다. EU가 앞서 화이자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1회분의 가격은 약 15.5유로(약 2만800원)로, 유럽에서 접할 수 있는 백신 중에선 모더나 다음으로 가장 비싸다고 합니다.
인도를 포함해 백신이 크게 부족한 국가가 많은 상황에서 유럽이 물량을 싹쓸이해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