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화가 조영남(76)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지 10개월 만에 사기 혐의로 다시 한번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노수)는 오늘(23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공판은 2019년도 기소로, 2년 가까이 미뤄진 끝에 재개된 공판이었습니다.
검찰은 "조씨가 그림을 직접 그린 게 아닌데도 직접 그린 것처럼 기망해 돈을 편취한 지 알 수 있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오인 위법"이라며 "피고인신문 조서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은 법리오해"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양측이 추가 증거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재판부는 곧바로 항소심 변론을 종결했습니다. 조영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28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미술계에서 '화투 작가'로 유명한 조영남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화가 송모 씨에게 총 200~300점의 그림을 그리게 한 후 배경에 경미한 덧칠을 해 자신의 이름을 달아 고가에 판매한 혐의로 2016년 기소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조영남의 그림을 대리로 그린 조수를 조수가 아닌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한다며 조영남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조영남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조영남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가 '불고불리(不告不理)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불고불리는 형사 소송법에서 법원이 원고가 청구한 사실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보면 검사는 조영남을 저작물에 대한 사기죄로 기소했을 뿐, 저작권법 위반죄로 기소하지 않았다"며 "작가가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것도 위작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이상 기망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작 논란으로 한동안 공식 활동을 중단했던 조영남은 지난해 대법원 최종 무죄 판결로 약 5년 만에 사기 혐의를 벗고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는 지난 20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 부인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에 대해 "헐"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youchea6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