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났네", "안 떨어집니다"…정치인 말실수, 실언? 본심?
입력 2021-04-20 12:55  | 수정 2021-07-19 13:05
김상희 국회부의장 / 사진 = 매일경제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말실수를 무의식의 발현으로 봤습니다. 말실수는 억눌러둔 속마음이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으로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속내를 들킨 실언을 두고 ‘프로이트의 말실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가나 대중이 정치인들의 말실수를 그저 실수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김상희 신났네, 신났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4선 의원 출신으로,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부의장이 어제(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 말실수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사회를 보던 김 부의장은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야당 의원석에서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자 어휴, 신났네, 신났어”라고 말했습니다.

허 의원 다음 질의 순서였던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낸 뒤 자리에 앉아서 내뱉은 혼잣말이었지만, 마이크가 꺼져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김 부의장의 말실수가 있기 전 허 의원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선거 중립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이 문제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 판정이 편파적이라고 꼬집자 홍 대행은 지하철 1번 출구 사진을 찍고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응했습니다.


이 같은 공방 후 야당에서 자당 의원을 격려한 데 대한 국회부의장의 반응이 신났네”였던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떠올리게 하는 오만방자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추미애 소설을 쓰시네”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내놓은 발언은 한때 정국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추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야당 의원 질의에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했습니다. 당당한 태도로 본인의 속내를 숨기지 않은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미래통합당 시절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고기영 당시 법무부 차관을 향해 "올해 서울동부지검장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추 전 장관이 직접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당시 추 전 장관의 아들은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관심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윤 의원의 질문은 해당 의혹 사건을 맡은 동부지검에서 사건을 뭉갠 대가로 법무부 차관이 된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소설가냐”고 항의하자 추 전 장관은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맞서기도 했습니다.

한국소설가협회는 당시 추 전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해 10월 추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혐의없음으로 마무리 됐다”면서 제 아들은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든지 보장받는 정당한 의료권과 휴가권을 법과 절차에 따라 보장 받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저는 단 한 번도 아들의 군 문제와 관련해 부당한 청탁이나 외압을 지시한 적도 요구한 적도 없다”며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야당과 보수언론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라 할지라도 제 아들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오랜 기간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저와 제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성찰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진성준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이게…”



지난해 7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질 것이라는 발언을 내뱉었습니다.

해당 발언은 MBC TV ‘100분 토론에서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토론을 마치고 출연자끼리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유튜브에 그대로 공개됐습니다.

당시 미래통합당 소속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국가 경제에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 없어요"라고 말하자 진 의원은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이게 어제오늘 일인가"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이 "여당 국토위 위원이 그렇게 얘기하면 국민이 어떻게 합니까"라고 물었지만, 진 의원의 대답은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은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다지던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80석 여당 국토위 위원이 ‘집값 안 떨어진다는 속내를 은연중 드러냈던 것입니다.

이후 진 의원은 정부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토론 맥락과 무관하게 왜곡되고 있다"며 관련 보도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보궐선거 얼마 전이었던 이달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을 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과 원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방향과 원칙은 맞았는데 그것으로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세훈 과도한 폭력행위로 발생”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거 용산참사와 관련해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 행위 진압을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겼던 사건"이라고 말해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구체적으로 용산참사는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의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회)이라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매우 폭력적인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듣기에 따라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 시장은 다만 경위를 막론하고 공권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좀 더 주의하고 신중했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책임을 느끼며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재개발 지역의 한 건물 4층에서 점거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입니다.

유가족들이 오 시장의 발언에 크게 반발하면서 시민단체인 민생경제연구소는 지난 1일 오 시장을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오늘(20일)은 선거기간에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오 시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추가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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