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끈끈한 구독자 50만명의 힘…유튜버들 에세이까지 대박
입력 2021-04-20 11:24 
설레는건 많을수록 좋아

구독자 5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여락이들' 중 한명인 김옥선은 최근 여행 에세이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상상출판)를 펴냈다. 출간 즉시 교보문고 에세이 분야 1위를 꿰찼다. 3주만에 10쇄를 찍고 2만부가 넘게 팔렸다. 출판사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가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강렬한 팬덤이 책 구매로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15일 현재 에세이 분야 2위를 차지하는 책 역시 구독자 56만명을 보유한 유튜버의 저작이다. 3분 남짓 음악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티키틱'이 낸 첫 책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아르테)다. 책에는 티키틱의 결성과정과 작곡 노트, 촬영장 뒷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담겼다. 출간된지 보름만에 4쇄를 찍었다. 미술 작가 이연의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도 출간 한 달도 채 안됐는데 1만부가 넘게 팔렸다. 그 역시 유튜브 구독자 53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모두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출판 에세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유튜버가 만든 책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를 넘어 에세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자기계발서 분야에서도 유튜버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미국 변호사 김유진이 쓴 '나의 하루는 4시30분에 시작된다'는 '미라클 모닝' 유행에 불을 붙이며 자기계발서 분야 스테디셀러로 우뚝 썼다. 그는 2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다. 또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구독자 20만명)를 운영하는 변호사 이지훈은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라는 에세이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유튜버들은 일찌감치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구독자 133만명을 자랑하는 '삼프로TV'는 주식·부동산 재테크 시장에서 판매 부수를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채널로 발돋움했다. 연초 석달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던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 77'을 쓴 저자 염승환도 '삼프로'에 고정적으로 나와 시황을 분석해준다.
겁내지 말고 그리는 법
서점가에서 유튜버들의 힘이 세지다보니 출판사들도 유튜브 출간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구독자 10만명을 넘은 유튜버 가운데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매일매일 에세이 신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가 유튜브 개인 채널을 가지고 있으면 판매나 마케팅 등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큰 출판사에서는 스타 유튜버 등을 섭외하고 출간하는 전담 팀까지 꾸려졌다.
다만 스타 유튜버라고 해서 성과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는 여행에 자신의 인생을 접목시킨 감성 스토리로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으며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은 미니멀한 글과 그림에서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진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구독자수가 많은 유튜브가 책을 냈다고 다 성공하지 않는다"며 "구독자 중에 유튜버의 인생 얘기를 알고 싶어하는 열렬팬들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콘텐츠가 좋아야 하고, 유튜버가 글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충분히 있고 소재가 독특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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