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료 못 구했다' 죄책감에 순직한 소방관 현충원 안장
입력 2021-04-20 08:54  | 수정 2021-04-27 09:05

울산소방본부는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순직한 고(故) 정희국 소방위의 유해를 내일(21일) 남구 옥동 공원묘원에서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한다고 오늘(20일) 밝혔습니다.

정 소방위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로 사망했다'는 점이 인정돼 지난해 5월 인사혁신처에서 위험직무순직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11월 국가보훈처는 정 소방위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으며, 국립묘지 안장을 승인했습니다.

안장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족, 소방공무원, 지인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할 예정입니다.


정 소방위는 2016년 10월 울산을 할퀸 태풍 '차바' 내습 당시,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후배인 고 강기봉 소방교와 함께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구조 출동했습니다.

두 사람은 범람한 강물에 빠져 전봇대를 붙들고 버티다가 결국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정 소방위는 약 2.4㎞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물살에서 탈출했으나, 강 소방교는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동료이자 가장 아꼈던 동생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극심한 자책감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던 정 소방위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끝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2019년 8월(당시 41살)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동료들이 정 소방위 캐비닛에서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강 소방교의 근무복이 걸려있는 것이 발견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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