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코로나에 모험은 안돼"…팬덤에 더 기대는 공연계
입력 2021-04-07 12:36  | 수정 2021-04-07 15:52
드라큘라 김준수 2차 캐릭터 포스터 [제공 = 오디컴퍼니(주)]

지난 3개월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연극 '얼음'은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드러낸 연출에 평가는 엇갈렸지만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 광풍이 벌어졌다. 예능 '1박2일'로 인기를 끈 배우 김선호가 출연하는 회차는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으며 지난달 초 티켓 플랫폼 '티켓베이'에서는 6만원짜리 티켓을 5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김 배우를 만나기 위해 극장 주변에서 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있는 장면도 포착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4차 유행 가능성까지 불거지는 가운데 공연 제작사들이 몸을 사리며 스타 캐스팅에 더욱 사활을 걸고 있다. 고정된 팬덤이 확보된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해 안정적인 객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코로나 불확실성 속에서 실험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에 따라 뮤지컬마다 아이돌 배우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섞여 있거나 일부 유명 배우들은 뮤지컬 두 편을 동시에 뛰는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다. 배우들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동방신기' 아이돌 출신으로 뮤지컬계 최대 팬덤을 자랑하는 김준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드라큘라'에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제작사 오디컴퍼니 측은 오는 5월 18일부터 3개월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드라큘라를 연다고 최근 밝혔다. 네번의 시즌 모두 김준수를 캐스팅하며 '드라큘라=김준수' 등식을 만들고 있다. 스타 캐스팅으로 제작비가 늘어난 만큼 티켓값은 더 올랐다. 평일 공연 VIP석과 R석이 작년에 비해 각각 1만원씩 인상된 15만원과 13만원으로 책정됐다. 3층 S석 티켓값도 10만원이다. 김준수 팬덤이 워낙 강해 재관람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재관 할인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2021 뮤지컬 시카고_컨셉_티파니 영
CHICAGO 연습실_We Both Reached For the Gun 6__록시 하트(티파니 영)
아이돌 출신 가수들도 뮤지컬계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엔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티파니 영이 주연 배우인 록시 하트로 캐스팅됐다. 티파니가 뮤지컬에 복귀한 것은 10년 만이다.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팬텀'에서는 '슈퍼주니어' 출신 규현이 4명의 팬텀 중에 한명이다. 뮤지컬 '레드북'에선 아이돌 그룹 SF9 멤버 인성이 가세한다. 관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 '그레이트 코멧'엔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가수 케이윌과 '스텔라' 멤버인 효은도 출연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요즘 아이돌 출신들은 워낙 춤과 노래가 출중하다"며 "새로운 팬들을 뮤지컬 시장에 유입하는 측면도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중음악 콘서트의 경우는 코로나 확산세 지속으로 계속 중단 상태여서 아이돌들의 뮤지컬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_그레이트코멧_공연사진_나타샤_정은지 [제공 = 쇼노트]
뮤지컬_그레이트코멧_공연사진_홍광호,정은지 외 [제공 = 쇼노트]
그간 드물었던 '겹치기 출연'도 많아지고 있다. 아이돌 배우 출신인 아이비 역시 현재 '시카고'에 록시 하트역을 맡은 가운데 6월 개막하는 '레드북' 캐스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윤공주는 현재 '맨오브라만차'와 '시카고'에 '위키드'에서 엘파바역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옥주현은 지난달까지 말까지 '몬테크리스토' 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엄기준과 조승우는 TV와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공연계가 생존에 안간힘을 쓰면서 오히려 스타 캐스팅에 더 목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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