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아 북극곰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현상은 누구 한 명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죠. 지구가 겪는 몸살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바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입니다."
서현정 ERM코리아 대표(43)는 최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ESG의 핵심을 이 같이 설명했다. ESG 경영이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분야를 막론하고 ESG를 조직의 핵심 강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 각계에서 ESG 선언이 쏟아지는 상황에 일각에선 거품론이 제기되지만, 지구 공동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게 서 대표 해석이다.
ERM은 50년 업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ESG 컨설팅사다. 아마존, 애플, 삼성, 넷플릭스 등 '글로벌 포천 500(미국 경제지 Fortune이 선정하는 매출 기준 세계 500대 기업)' 중 절반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국에서 ERM코리아가 활동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서 대표는 ESG를 잠깐의 열풍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ESG 논의가 활발하지만, 해외에서는 오랜 기간 진행돼왔다"며 "ESG는 이미 새로운 비즈니스 규범이 돼버렸기에 앞으로 방향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ESG를 대하는 국내 기업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과거엔 실무진이 공장에 안전 설비를 갖출 때나 피인수 기업의 환경 부문을 실사할 때 ERM코리아를 찾았다"며 "최근엔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C레벨 임원들이 조직 전략 차원에서 ESG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 시민단체 등 각 분야에서 ESG를 기반으로 조직의 스토리를 다시 쓰길 주문했다. 서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 적용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이상 상승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이것은 하나의 기업, 특정 분야,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없는 것이기에 모두 힘을 합쳐서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탄소국경세나 적도원칙이 확산하는 것을 비용 요인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고, 사업모델을 이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는 특정 기업에 유리하고, 다른 쪽엔 불리한 이슈는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시작한 정유 회사라도 노력에 따라 ESG 지표를 개선할 수 있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업이라도 ESG경영에 대한 의지 없이는 낙제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오일·가스 기업의 대표주자 셸(Shell)은 기후변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젠 신재생 에너지에 꾸준히 투자하며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면, 해상풍력 사업을 하더라도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의 이동경로를 방해한다면 생물다양성을 위배해 ESG 점수가 낮게 나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기업이 ESG에 소극적으로 대응했을 땐 해외 무대에서 경쟁력을 아예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마존과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서플라이 체인의 ESG를 관리한다고 했을 때, ESG를 도외시한 기업은 납품처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주주, 고객 전반에 있어서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SG는 각 영역에 해당하는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므로 모든 기준을 완벽히 만족시키는 기업은 존재하기 힘듭니다.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기업이 ESG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게 되길 바랍니다."
[박창영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현정 ERM코리아 대표(43)는 최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ESG의 핵심을 이 같이 설명했다. ESG 경영이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분야를 막론하고 ESG를 조직의 핵심 강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 각계에서 ESG 선언이 쏟아지는 상황에 일각에선 거품론이 제기되지만, 지구 공동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게 서 대표 해석이다.
ERM은 50년 업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ESG 컨설팅사다. 아마존, 애플, 삼성, 넷플릭스 등 '글로벌 포천 500(미국 경제지 Fortune이 선정하는 매출 기준 세계 500대 기업)' 중 절반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국에서 ERM코리아가 활동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서 대표는 ESG를 잠깐의 열풍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ESG 논의가 활발하지만, 해외에서는 오랜 기간 진행돼왔다"며 "ESG는 이미 새로운 비즈니스 규범이 돼버렸기에 앞으로 방향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ESG를 대하는 국내 기업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과거엔 실무진이 공장에 안전 설비를 갖출 때나 피인수 기업의 환경 부문을 실사할 때 ERM코리아를 찾았다"며 "최근엔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C레벨 임원들이 조직 전략 차원에서 ESG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 시민단체 등 각 분야에서 ESG를 기반으로 조직의 스토리를 다시 쓰길 주문했다. 서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 적용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이상 상승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이것은 하나의 기업, 특정 분야,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없는 것이기에 모두 힘을 합쳐서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탄소국경세나 적도원칙이 확산하는 것을 비용 요인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고, 사업모델을 이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는 특정 기업에 유리하고, 다른 쪽엔 불리한 이슈는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시작한 정유 회사라도 노력에 따라 ESG 지표를 개선할 수 있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업이라도 ESG경영에 대한 의지 없이는 낙제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오일·가스 기업의 대표주자 셸(Shell)은 기후변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젠 신재생 에너지에 꾸준히 투자하며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면, 해상풍력 사업을 하더라도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의 이동경로를 방해한다면 생물다양성을 위배해 ESG 점수가 낮게 나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기업이 ESG에 소극적으로 대응했을 땐 해외 무대에서 경쟁력을 아예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마존과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서플라이 체인의 ESG를 관리한다고 했을 때, ESG를 도외시한 기업은 납품처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주주, 고객 전반에 있어서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SG는 각 영역에 해당하는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므로 모든 기준을 완벽히 만족시키는 기업은 존재하기 힘듭니다.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기업이 ESG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게 되길 바랍니다."
[박창영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