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악기 팔아요", "미개봉 박혁거세알…"
만우절(4월 1일)을 맞아 중고거래 플랫폼에 이색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이벤트성 매물이지만, 중국에서는 77억에 로켓 5대가 팔리는 등 실제 거래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0년 공기 300만원"
1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는 '만우절기념으로 아끼던 지구 싸게팝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지구를 9억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와있다. 이에 "화성과 목성과 교환합시다", "제가 손해이긴 하지만 좋습니다" 등의 재치있는 댓글이 달렸다.
'고대 그리스 악기를 판다'는 판매글도 있다. 글쓴이는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악기입니다. 자주 불고 다니면서 집 안에 벌레들을 밖으로 유인 할 수 있어요, 가격 싸게 해드리니 번톡 주세요'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악기 가격은 1억원이다.
이 밖에도 대형 북에 애플 로고를 박은 '2020 신형 맥북(5억원)', 펄기아(포켓몬스터) 한마리 입양해 가세요(2억원)', '부재 중 전화 한통(100원)' 등의 게시물이 등이 올라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이날 만우절 이벤트를 진행한다. '전국 매물 자랑'이라는 이 행사는 회원들이 만우절에 걸맞은 이색 매물을 등록하면 중고나라는 심사를 통해 상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5일이다.
2019년 1등 아이디어는 '미개봉 박혁거세 팝니다'라는 제목으로 달걀 사진을 올린 글이다. 당시 판매자는 '보시다시피 미개봉 상태입니다. 수컷이고 한국어패치 돼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벤트 열기는 벌써부터 뜨겁다. 회원들은 전날부터 이색 물품을 등록하며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등록된 게시글은 120여개로 팔만대장경 사진과 함께 '읽던 책 지겨워서 팝니다(400만원)', '비닐봉지에 공기를 담은 '2020년 공기(300만원)' 등의 이색 글이 올라왔다.
이 밖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한국어 친필 사인과 분당에서 비밀리에 제작 중이라는 초대형 까치로봇,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사용했다는 연습장 등도 역대 만우절 매물로 잘 알려져있다.
◆장난 같지?...진짜 로켓 판매되기도
장난 같지만 실제 판매로 이어진 제품도 있다.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는 만우절날 진짜 '로켓'이 판매됐다.
만우절 가짜 뉴스 같던 로켓판매 광고는 사실로 확인됐고, 타오바오 역시 게시글에서 "이 광고는 진짜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시 타오바오는 자사 웨이보를 통해 "4500만 위안(약 77억6000만원)에 로켓을 생방송으로 판매한다"고 공지했다. 생방송 중 구매한 사람에겐 500만 위안(약 8억6000만원)을 할인해 주겠다고도 했다.
온라인 마켓에서 로켓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이날 판매 예정이던 5대의 로켓은 방송 시작 몇 초 만에 매진됐다.당시 판매된 로켓은 콰이저우-1호로, 중국항천그룹 산하 항천과공로켓기술유한공사에서 제작한 인공위성 운반용 고체연료 로켓이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이벤트가 벌어졌다. 2019년 티몬은 만우절을 맞아 제주도 편도 항공권을 990원에, 애플 '에어팟'을 9만9000원에 살 수 있는 초특가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만우절 장난으로 여겼지만 이는 티몬에서 진행한 진짜 이벤트였다.
기업이 직접 나서 엽기적인 제품을 만들어 출시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속옷 전문 회사 BYC는 만우절날 육포 브랜드 질러와 함께 '육포팬티'를 제작해 판매했고 젊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남았다.
빙그레는 만우절을 맞아 이날 아이스크림 '더위사냥'에 타우린 1000mg을 넣은 '졸음사냥'을 출시했다.
한 마케팅 관계자는 "만우절 거짓말을 활용한 마케팅은 SNS 등을 통해 공유되고 회자될 수 있어 회사와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적정선에서 거짓말은 허용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소비자들에 대한 기만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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