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당 사기꾼", "야당 도둑놈"…부동산에 분노한 서울 민심
입력 2021-03-31 07:32  | 수정 2021-04-07 08:05

4·7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서울의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연합뉴스가 그제(29일) 서울 마포·구로·광진·강남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서울시장으로 누구를 뽑을지에 앞서 따져야 할 이슈로 하나같이 '부동산'을 꼽았습니다.

점심 무렵 남구로시장에서 만난 한 59살 여성 상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이어 쏟아진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의혹부터 입에 올렸습니다.

그는 "오세훈은 내곡동에 뭐가 있다고 하고, 박영선은 도쿄 아파트가 터지지 않았나"라며 "다 똑같아 보인다"라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난 사실 박영선 팬이다. 상황을 잘 정리하면 몰표를 받지 않을까"라고 덧붙였습니다.


재래시장 곳곳에서는 구로을 지역구에서 4선 국회의원이 됐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생선 좌판 뒤에 쭈그려 앉아 돈까스로 요기를 하던 남성이 기자에게 "여기 사람들은 다 박영선 찍을 것"이라고 말하자, 옆에서 대화를 듣던 상인이 대뜸 "우리는 무조건 박영선이다. 민주번이 두번, 세번 더 대통령 해야 한다"고 거들기도 했습니다.

야채장수 66살 남성 송모 씨는 "내곡동 땅 보고 말하는 건데, 야당 후보는 도선생에 가까워. 도둑놈이라고 봐야 해"라며 "박영선은 사람이 괜찮다. 재개발을 해도 여당 후보가 힘있게 할 것"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 장사만 30년을 했는데, 이쪽이 장사하기가 젤 좋아"라더니 사전투표도 꼭 할 생각이라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홍대입구 일대에서 마주친 20·30 세대들에게서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마포평생학습관 앞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백팩 차림의 한 여자 대학생은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옆 공사장에 붙어있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선거벽보를 가리켰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본인들만 얻을 것을 다 얻고, 정책은 불투명하다고 느낀다"며 "사기꾼들 같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직장인 31살 남성 이모 씨도 "오세훈이 사회 전환 작업을 빠르게 할 것 같지 않나"라며 "솔직히 여당에 감정이 안좋다. 집을 사야 결혼도 할텐데, 집값이 비싸져서 상실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걷고싶은거리'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던 아르바이트생 26살 남설 배모 씨는 "부동산은 잘 모른다"면서도 "오세훈이 지난번 시장 할 때 잘 하지 않았나. 박영선 찍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복학생 26살 남성 이모 씨가 "집권당 찍어주기 싫다. 조국 사태도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젊은 남성에 대한 정책이 없고 성별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하자 곁에 있던 친구 하모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습니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지역 핵심 이슈인 강남권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더 팽배했습니다.

대치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 51살 남성은 "정부가 세금을 무시무시하게 때린다. 이제 종부세는 부의 기준이 아니라, 종부세를 안내면 빈민 취급을 받는다"며 "여기 강남 3구는 내년 대선이랑 지방선거도 벼르고 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박 후보의 재건축 추진 및 층고제한 해제 공약에 대해서도 "박원순이 재건축 심의를 보류해놔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나. 민주당은 못믿는다"고 잘랐습니다.

저녁 무렵 은마아파트로 귀가 중이던 한 70대 남성은 "정치가 개판이다. 저 옆에 대치팰리스에는 보유세를 천만원씩 물린다는데, 다 원상복구해놔야 한다"고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그는 "오세훈도 정책은 별 게 없어보인다"면서도 "박영선이 급한지 10만원씩 주겠다고 하던데, 한달도 못 쓸거 안받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치역 주변 주차장에서 차에 짐을 싣던 66살 여성 김모 씨는 "아이들 밥주는 문제로 사퇴한 오세훈을 어떻게 믿나"라며 "박영선이 중소기업 정책 잘 할 사람이다. 사회가 바뀌는 쪽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15분이 넘도록 열변을 토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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