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얘기하면 거짓말 같을텐데, 식당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한게 사실이예요. 지난 한해동안 6000만원 빚을 졌어요."
지난 17일 오후 12시30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시위를 하는 이재문 씨(64)를 만났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서 10여년째 작은 백반집을 하고 있다는 이씨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이 소상공인 희생을 강요한다"며 청와대에 대책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이씨가 세워 놓은 피켓에는 '소상공인들에게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란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무슨 돈으로 버텨야 합니까?'라고 써 있었습니다.
이씨는 소상공인연합회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대책위원회'의 릴레이 1인시위 참여자로서 이날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이 단체는 한달전부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곳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고 하네요.
이씨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평생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오죽 답답했으면 그러겠느냐(1인시위에 나왔겠느냐). 생존권이 달려 있으니 나왔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앞 1인 피켓팅에 참여하기 위해 이날은 부인에게 식당을 맡겨두고 왔습니다. 그는 "(장사도 안 되는데)둘이 있어봐야 부부금실만 잘못하면 금가지 않느냐"며 씁쓸해 했습니다.
백반집은 스무석 정도로 작은 규모라고 합니다. 이씨는 "20석이 있지만 사회적거리두기를 하면 손님 10명도 못 앉는다"며 "평소 점심 장사로 식당을 시작해 자정께까지 장사를 했지만, 영업시간 제한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로 타격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는 "종업원 없이 아내와 둘이 일하지만 가게를 유지하려고 해도 한달에 몇 백만원은 든다. 가게 유지비도 못 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정부 지원금으로 몇백만원 받는다고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돈을 달라는 게 아니고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게 요구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의 의견은 소상공인연합 입장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앞서 지난 16일 국회를 향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법제화 과정에서 실질적인 손실보상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영업규제 완화'가 이씨를 포함한 다수 소상공인들이 바라는 바입니다. 이씨는 "우리 입장은 방역 대책 하는 부분들을 업종별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침 10시에 가게를 열어서 밤 9시까지 영업하는 곳과 저녁 6시에 열어서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곳은 상황이 다르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 또 "정부의 방역대책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무조건 소상공인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소상공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2주 연장됐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다음 주부터 2주 동안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및 5인 이상 모임금지 지침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정부 결정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300~400명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지만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앞서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조치 당시 "이번 연장 조치로 또다시 기약 없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들의 영업시간 보장과 고객 인원 제한 완화 등을 정부와 방역당국에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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