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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비상장주식, 숨은 진주가 드러났다!
입력 2021-03-27 20: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추적자추기자] 3월 25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21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을 관보에 게재했습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토지투기 논란이 화제가 된 가운데, 이번 재산 공개에서는 비상장 주식의 가액 산정 방식이 이슈가 됐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 비상장 주식에 대한 신고 방식이 액면가에서 실거래가로 변경됐기 때문이죠. 그 결과 고위공직자들 재산이 크게 증가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고위공직자들의 비상장 주식이 숨겨진 진주였단 사실이 밝혀진 셈이죠.
가장 화제를 모은 고위공직자는 강영수 인천지방법원장이었습니다. 강 법원장은 지난해 4500만원의 비상장 주식을 신고했지만 올해 410억원으로 평가받아 1년 만에 400억원 넘게 재산이 증가했습니다. 총 재산가액은 499억원으로 전체 법조인 중 독보적 1위를 차지했죠. 강 법원장 배우자가 보유하던 베어링아트 3만주, 일진 1만5000주 등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가액 산정 방식이 전환된 결과입니다.
강 법원장 배우자가 400억원에 이르는 베어링아트와 일진 주식을 보유한 배경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는데요. 인천지방법원 측은 "강영수 지법원장의 재산 변동 내역은 개인적인 사유라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같은 날 법원행정처는 "공직자윤리법이 지난해 6월 개정됨에 따라 비상장 주식의 평가 방법이 바뀌면서 비상장 주식 가액이 대폭 오른 사례가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액면가 기준 산정은 현재의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해 왔습니다. 이렇다 보니 실거래가 기준으로 신고하라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진 것인데요. 실거래가 산정이 어려울 경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사용하는 주당 순이익과 순자산가치 등을 반영해야 합니다.
이러한 법개정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과거 2016년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사건과 2017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내츄럴엔도텍 사건이 발단이 됐습니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친구인 김정주 NXC 대표에게 4억2500만원을 받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이후 120억원대 차익을 얻으며 논란을 일으켰죠. 이 전 후보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아 법정까지 갔었는데요. 미공개 정보로 주식 거래에서 81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지만 올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결국 논란을 극복하지 못했던 이 전 후보는 헌법재판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고위공직자의 비상장 주식이 연이어 논란이 되자 이를 보다 투명하게 신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모이며 이러한 법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이외에도 이승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00억원), 강승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5억원), 이강섭 법제처장(18억7000만원)도 상당 규모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본인과 배우자, 차남 등 가족들이 케이엠, 가온폴리머앤실런트 등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의 배우자는 성림유화, 성림산업, 지이테크, 에스엘화학 등 총 96억4000만원 규모 비상장 주식을 보유했습니다.
이승련 부장판사 역시 성림산업 4만주와 케이엠 1000주를 보유해 100억원대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공개됐습니다. 이 역시 배우자의 주식이 평가 방식 변경으로 가액이 증가한 결과입니다.
이외에도 하병필 경상남도 행정부지사는 배우자와 장녀가 에스피케이, 대한펌프테크 등 50억원 규모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고,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비상장사인 태영레저산업 주식 7만주를 보유해 34억2664만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비상장 주식뿐 아니라 상장 주식 역시 이목을 끌었는데요.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한국전력 750주, 지멘스 7339주 등을 포함해 셀트리온, 네이버 등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그의 배우자 역시 테슬라, 알리바바, 애플 등 국내외 상장 주식 19억4000만원어치를 신고하며 주식 부자임을 인증했습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들의 활발한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들 역시 활발한 재테크 활동을 한 셈인데요. 고위공직자의 숙명이기도 한 재산공개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쏠쏠한 정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과도한 투기성 투자나 가파른 재산 증식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날 공개된 공직자 재산의 형성 과정에 대해 '공직자 재산 집중심사단'을 구성해 집중 심사할 예정입니다. 도시개발 지역 내 토지·건물 소유자, 토지 신규 거래자 중 이상 거래 의심자 등을 대상으로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 투자 및 의심스러운 재산 형성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건데요. 공직자윤리위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의 이용 등을 통한 위법 혐의가 발견되면 즉시 직무 배제하고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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