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커스엠] '낙태법 없는 3개월' 대한민국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1-03-23 19:30  | 수정 2021-03-23 20:20
【 앵커멘트 】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가 없어진 지 3개월이나 됐지만, 국회에선 아직 낙태법 개정 소식은 없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대법원도 낙태수술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범죄 혹은 숨겨야 할 일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포커스엠, 민지숙, 김민수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 기자 】
(연극 현장음)
"20대에서 70대까지 지식인, 소설가, 배우, 사회운동가 여성 343인이 낙태했음을 선언합니다."

'낙태죄'가 아직 남아 있던 1971년 프랑스, 여성들은 임신을 중단할 자유를 선언합니다.

(연극 현장음)
"나는 내가 원할 때 사회가 나를 이 아이의 노예로, 유모로, 하녀로 만들지 않을 때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여성은 자신이 필요한 때, 안전하게 임신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연극 현장음)
"치료 목적의 낙태를 해야 한다고 증명 받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아세요? 강간당한 걸 입증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헌법재판소 판결 낭독 현장음)

지난해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2021년 대한민국은 더 이상 '낙태죄'를 묻지 않지만,

그렇다고 낙태수술에 건강보험 같은 의료 혜택이 제공되는 것도 아닙니다.

드러내놓고 할 수 없는 수술이다보니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의료진의 태도에서 범죄라는 낙인은 여전합니다.


▶ 인터뷰(☎) : A 산부인과 상담
- "초기 시라고 하면 수술 비용 60만 원. 이건 현금 결제만 가능하고요. 계좌 이체나 카드 결제 안 되니까."

▶ 인터뷰(☎) : B 산부인과 상담
- "14주 이상은 어려워요. 13주면 150만 원. 기록이 안 남길 원하시면 현금으로 하셔야 되고."

그래서 '낙태' 대신 여성이 주체적으로 선택한다는 뜻의 '임신중단'이란 단어를 쓰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스탠딩 : 민지숙 / 기자
- "1960년대 가족계획사업 시기, 정부는 임신중단을 권장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1990년도엔 남아 116명이 태어날 동안 여아는 100명뿐이었습니다. 지금도 매년 약 5만 건의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임신 중단은 수많은 여성들의 현실입니다. "

▶ 인터뷰 : 정유정 / 서울 평동
- "(수술이 잘못되어서 몸이) 부어서 나중에 만성질병으로 가는 그런 경우도 봤어요. 낙태다 보니까 대놓고 몸조리를 못 하는 거예요."

▶ 인터뷰 : 정치구 / 경기 성남시
- "낳지 말아야할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주홍 글씨 같은. 낙인을 찍는 느낌이죠."

국회에서는 아직까지도 몇 주 이상의 임신 중단을 금지할지를 놓고 다투는 상황.

임신 중단 관련 광고 금지와 같은 후속 개정안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수술을 한 의사는 온전히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임신 중단 수술에 대한 정식 교육도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 스탠딩 : 김민수 / 기자
- "임신중단 의약품 오남용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어 문제입니다. 구입은 불법이지만 낙태죄 폐지 이후 대체입법과 식약처 허가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강윤지 / 연극<344명의 썅년들>연출
- "사실 지금 너무 많은 관심이 필요한데 다들 아 낙태죄가 폐지되었으니까 다 끝났구나? 이제 다 끝났어"

임신중단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최예훈 / 산부인과 전문의
- "필수 의료서비스라는 인식이 있으면 어떻게 안전하게 제공을 하느냐 지원을 하느냐 이런 체계를 고민을 해야 하는데 지금 거꾸로 계속 생각을 하는 거죠. "

▶ 인터뷰 : 오지은 / 의료인 출신 변호사
-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나가는 산모나 태아가 있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건강한 여성으로서 당연히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줘야. 그분들이 또 믿고 병원을 갈 수있고."

임신 중단이 공공의료서비스에 포함된 캐나다는 전화 상담만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캐나다 토론토 여성클리닉
- "진정제가 투여되는 수술이지만 환자분은 깨어 계십니다. 5분가량 소요되고 진공 흡입으로 진행됩니다. 전체 2~3시간 정도 됩니다."

캐나다는 '낙태죄'가 사라진 뒤 32년째 임신중단에 관한 어떤 규제도 없습니다.

(연극 현장음)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들은 과거의 투쟁들을 기억합니다. 금지된 것을 넘어 요구합니다. 2021년 자유로운 임신중단과 재생산권을 위한 투쟁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MBN뉴스 김민수입니다.

영상취재: 배완호 기자·배병민 기자·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이유진·오광환

#민지숙 #김민수 #MBN #낙태죄 #임신중단 #임신중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