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 블루' 잊게 하는 착한 가게들
입력 2021-03-20 17:14 
울산 남구청이 청소년 안심약국에 참여하는 약국에 안심약국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울산 남구청]

울산에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39개 청소년 안심약국이 있다. 안심약국은 폭행을 당했거나 임신이 의심되는 청소년들에게 진통제, 응급 약품, 임신테스트기, 피임약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약국을 찾은 청소년 중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청소년 지원 기관에 연락하는 역할도 한다. 이 제도는 2019년 울산 북구에서 처음 시행됐다. 당시 8개 약국이 동참했는데 올해는 울산시약사회 협조를 받아 울산시 전체로 확대했다. 안심약국이 있는 지자체는 전국에서 울산이 유일하다.
안심약국 사업에 참여하는 임영상 약사는 "아프고 상처를 입었음에도 약국 문턱을 넘기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이 편하게 찾았으면 한다. 실제 자해를 한 학생이 찾아와 청소년 기관과 함께 보호 조치를 취한 적도 있다"며 "약국이 위기 청소년 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집중 타격을 받고, 강화된 방역으로 일상도 팍팍해졌으나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가게'는 늘고 있다. 이들은 공공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힘들어 하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면서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하고 있다.
울산지역 '선한 영향력 가게'(이하 선한 가게)는 올 들어 크게 늘었다. 이 가게는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식 아동에게 무료 음식 제공 등 도움과 후원을 한다. 올해 울산의 선한 가게는 35곳으로 지난해 8곳에 비해 4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 겪는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더욱 주목을 받는다.

참여 업종도 다양해졌다. 선한 가게 초기에는 음식점이 대부분이었으나 학원, 미용실, PC방도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 '선한 영향력 가게'를 검색하면 전국에 있는 선한 가게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9일 현재 전국의 선한 가게는 1388개에 달한다.
울산 중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A씨는 "2년째 참여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발길이 뜸하다. 그래도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네마다 있는 편의점들은 학대 아동 보호자를 자처했다. 올해부터 울산시는 위기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 안심 편의점'을 운영한다. 울산지역 1008개 편의점이 참여한다. 편의점은 결식이나 학대 등으로 위기에 처한 아동이 방문하면 112에 신고하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아동을 보호한다. 음식물, 과자, 양말 등 아동이 긴급히 필요로 하는 물품도 지원한다.
박은주 울산과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착한 가게가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이웃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 유대감, 관심이 증가한 사회적 현상의 일면으로 보인다"며 "누구나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동일한 위험을 겪으면서 역설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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