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과 갔어야 하는건데"…평균 연봉 1억 잇따르는 IT업계
입력 2021-03-20 13:12  | 수정 2021-03-21 09:34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올 들어 IT 업계에 연봉 인상 소식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각 회사에 대한 연봉체계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IT 기업 중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은 곳은 5군데였지만, 최근 업계 내 파격적인 연봉 인상 열풍에 올해는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1억2700만원 업계 최고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전자·게임·포털 등 주요 IT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곳은 5군데였다. 해당 기업들은 각 업계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기준 1위(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제외)인 기업들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27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2012년만 해도 평균연봉이 6970만원이었던 삼성전자는 이듬해 1억200만원까지 뛰어 올랐고,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평균연봉 1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IT 기업 2020년 직원 평균 연봉. [자료참고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텔레콤은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2100만원으로 2년 연속 1억원을 돌파했다. 통신사 중 1억원대를 넘는 곳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와 비교해도 3000만원 이상의 연봉 차를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평균연봉 1억원대에 새롭게 합류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평균연봉은 각각 1억200만원, 1억800만원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둘 다 2000만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카카오가 네이버 평균연봉을 넘어서며 눈길을 끌었다. 2019년 네이버 평균 연봉은 8450만원이었고, 카카오는 8000만원이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직원 평균연봉이 1억550만원으로 역대 처음 1억원대에 진입했다. 엔씨 역시 작년 평균연봉이 전년 대비 2000만원가량 올랐다.
이밖에 업계 2~3위 업체들도 높은 연봉 수준을 보였다. LG전자 8600만원, KT 8800만원, LG유플러스는 7900만원이었다. 지난해 평균연봉이 7300만원인 넷마블은 2019년(9700만원) 대비 2400만원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 IT기업들이 코로나19로 비대면 사업에 호황을 누렸다"며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덕에 연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파격적 인상, 올해 평균 연봉 1억 기업 대거 늘듯


올해 IT·게임 업계에 연봉 인상 바람이 불면서 앞으로 평균 연봉 1억원대에 합류할 기업은 더욱 늘어난 전망이다.
연봉 인상의 신호탄을 쏜 곳은 넥슨이다. 지난달 넥슨은 올해부터 재직자와 신입사원 연봉을 최대 800만원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신입 개발직군의 경우 초봉이 5000만원까지 뛰며 업계 최고 수준이 됐다.
이어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등 경쟁사들이 일제히 연봉을 인상했고, 크래프톤도 지난달 25일 개발 직군 연봉을 2000만원 올려 신입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도 대세에 합류했다. 다소 늦은 만큼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먼저 엔씨는 대졸 초임제를 폐지하고 올해 입사한 공채 신입직원 초봉을 개발직군의 경우 5500만원, 비개발직군은 4700만원으로 제시했다. 또 전체 직원들의 정규 연봉도 인상했다. 개발직군은 1300만원 플러스 알파, 비개발직군은 1000만원 플러스 알파다. 엔씨소프트는 신입직원 연봉 상한선도 없앴다. 능력 있는 직원이라면 억대 연봉도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연봉 인상은 아니지만 SK텔레콤 역시 전 직원에게 임금 협상 타결금으로 80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등 IT업계가 경쟁적으로 보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연봉 인상이 네이버와 카카오로써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 최고 대우를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연봉을 올린 기업들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봉 인상안을 확정한 상황에서, 추가 연봉 인상 요구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 11일 네이버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솔직히 저도 이 회사를 떠나기 전 '해진이 형이 쏜다' 뭐 이런 거 한 번 해서 여러분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하는 것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봉 인상, 회의적인 시각도


연봉 인상 열풍에 개발자들의 몸 값을 비교하는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IT 주요 기업 개발직군 연봉체계 비교표'가 공유돼 화제를 모았다. 최근 회사에서 발표한 연봉 인상폭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이 잘 정리돼 있다. 물론 이는 공식적인 정보가 아닌 한 커뮤니티 회원이 기사보도와 풍문 등을 참고해 작성한 자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 사이에선 큰 화젯거리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주요 기업 개발직군 연봉체계 비교표 [사진 출처 = 블라인드 캡처]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연봉 인상 움직임에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에서 웹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박모(31)씨는 "초봉 3000만원으로 시작해 이직 등을 거쳐 4년 만에 연봉 4000만원을 맞췄다"며 "물론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기도 하지만 최근 연봉 인상 릴레이를 보면서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잇따른 연봉 인상 기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어난 IT 업계 연봉 인상 릴레이는 전체적인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고 유능한 인재를 모집하는데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경쟁사가 (연봉을) 올렸다고 현 상태를 진단하지 않고 급하게 연봉을 인상하는 것은 나중에 휴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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