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려견 미용사 시험치다 난데없는 퇴실 통보...애견협회 "장애인이라 안 된다"
입력 2021-03-20 11:15  | 수정 2021-03-27 12:05

최근 국가공인 반려견 미용자격증인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실기 시험장에서 청각장애를 이유로 수험생을 퇴실시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애견협회는 업무상 위험 방지를 위해 부득이 응시를 제한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장애 유형·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장애인을 일괄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청각장애인 A(43)씨는 지난달 7일 시행된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실기시험 직전 감독관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퇴실을 통보받았습니다.

A씨 측은 "혹시라도 주의사항을 못 듣고 놓치는 일이 생길까 봐 감독관에게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주고 양해를 구하려 했던 것인데 '규정상 장애인은 응시할 수 없다'고 통보받아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A씨는 이전에 이미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수개월간 학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1월 필기시험장에서도 문제없이 시험을 치러 합격했습니다.

A씨가 응시하려 했던 '2021년도 제1회 반려견스타일리스트 국가공인 자격검정시험(실기) 시행공고'에는 장애인 응시 제한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협회 측은 "공고가 아닌 홈페이지의 '응시자격'란에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2조에서 규정한 장애인은 본 자격에 응시할 수 없음'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응시자의 부주의"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출산 과정에서 후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얻은 A씨는 의사소통과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는데도 일괄적으로 시험 응시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A씨 측은 "협회 내부에서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응시자격 때문에 시간과 정성을 들여 준비한 꿈이 산산조각 났다"며 "협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협회는 차별이 아니라 미용사와 동물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장애인 미용사가 의사표현을 못 하는 개와 있다 보면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모른다"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자격증이 국가 공인을 받을 때부터 응시 자격을 제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인 전에 장애인 분들이 자격을 취득한 경우가 있었는데, 견주와 미용사가 소통이 잘 안 되거나 지적장애인 미용사가 개의 꼬리를 자르는 등 사고가 있었다"며 "모두를 보호하려는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충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음에도 모든 장애인의 자격증 취득을 막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고 지적합니다.

법무법인 하민의 박종훈 변호사는 "가령 언어장애나 경증 청각장애 등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상 장애인에는 포함되지만, '반려견 스타일리스트'라는 특정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모든 장애인을 배제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의 김철환 활동가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반 미용 자격증은 장애인도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다"며 "객관적 근거 없이 '장애인은 위험하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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