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11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주도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찾아가 "친정 아니냐"며 "적어도 중심은 잡아주셔야 한다"고 말하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김 전 대표가 자신의 경쟁 상대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이자 나온 말이다.
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되는 마포포럼을 찾았다. 마포포럼은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김 전 대표 주도로 만들어진 모임으로,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속해있다. 안 대표 역시 비슷한 시간에 마포포럼을 방문하기로 예정돼있어 두 후보간 공식적으로는 첫 만남의 장면이 포착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간발의 차로 만나지 못했다.
먼저 도착한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단일화를 위한 노력이 감사하다"면서도 "사실 저는 친정에 온 것 아니냐. 적어도 한 7대 3 혹은 8대2 정도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포포럼이 경쟁자인 안 후보를 더 많이 지원해주는 것 아니냐는 서운함을 표현한 셈이다.
그는 이어 "무엇을 염려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안 후보를 단독으로 두번 만났다"며 "마포포럼은 만에 하나 단일화가 잘 진행이 안 돼서 고착상태에 빠지면 국민들께 큰 죄를 짓는다, 이를 어떻게 용서 받을 것이냐 하는 걱정 때문에 중간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그런 의미에서 직접적인 표현은 자제하겠지만 적어도 마포포럼은 중심을 잡아주셔야 한다"며 "단일화는 책임지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여기 올 때 당에서 염려가 있었다. 다 짐작하지 않냐"며 "그럼에도 제가 결단을 내리고 왔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말씀 드리는지 다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뼈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오 후보는 "솔직히 마포포럼은 국민의힘 재집권을 위해 그 역량에 80~90% 힘주셔야 할 구성원"이라며 "저로 단일화가 돼서 결승전까지 가 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도록 선배님들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가 방문한 후 10분 가량 지나서 안 후보도 이곳을 찾았다. 마포포럼 관계자는 "오 후보가 먼저 오겠다고 한 후 안 후보도 참석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마포포럼에 온 이유에 대해 "정치 선배님들에게 인사 드릴 겸 해서 찾아뵈었다"며 "사실 제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을 때 여기 계신 분들이 정말 오랫동안 설득하고 진정 어린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오 후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던 것이다. 안 후보는 "제가 결심을 굳히는데 (마포포럼이) 큰 영향을 끼쳤다"며 "그래서 단일화를 앞두고 이렇게 인사를 왔다"고 설명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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