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 기각…무죄 판결 유지
입력 2021-03-11 13:07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감금과 강제노역, 암매장 등을 자행한 고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기각됐습니다.

대법원은 특수감금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확정받은 박 씨의 비상상고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비상상고의 사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박 씨가 무죄 판결을 받은 근거는 비상상고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이 아니라 법령에 의한 행위를 처벌하지 않도록 한 형법 20조이어서 무죄 판결이 법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상급심의 파기 판결로 효력을 상실한 재판은 비상상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도 기각 사유로 제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인권유린 사건인 만큼 국가가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원심을 파기해야 한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법령 위반의 의미와 범위에 관해서는 다른 비상상고 사건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원칙을 벗어나면 확정 판결의 법적 안정성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신체의 자유 침해가 아닌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진실규명 작업으로 피해자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비상상고가 기각되면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국가 차원의 과거사 정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 김지영 기자 / gutjy@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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