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도시 후보지 땅 투기 부추기는 기획부동산
입력 2021-03-10 19:20  | 수정 2021-03-10 19:53
【 앵커멘트 】
정부가 신도시 지정 계획을 발표했는데, 기획부동산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었겠죠?
신도시 땅 투기에 앞장선 기획부동산의 실태를 경제부 김경기 기자와 하나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 질문1 】
김 기자. 기획부동산 문제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 답변 】
먼저 지도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경기 성남시 금토동의 한 야산인데요.

산73번지 한 필지 주인이 모두 몇 명인지 아십니까?

무려, 4천8백명입니다.

33곳의 기획부동산 법인이 잘게 쪼개 이들에게 판 것입니다.

자세히보면 등고선이 꽤 촘촘해 경사가 심한 산입니다.

게다가 개발제한구역인데, 기획부동산들이 그래도 위치가 좋아 언젠가는 될 땅이라고 사람들을 현혹한 겁니다.


【 질문2 】
신도시 아닌 곳이 이 정도니 신도시로 개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곳은 더 심했겠어요?

【 답변 】
네.

정부가 3기신도시 지정 계획을 처음 밝힌 건 2018년 9·13대책입니다.

그리고 3개월 뒤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을 3기 신도시로 지정했는데요.

이 기간 이들 지역의 토지거래 중 42%가 여러 명이 공동 명의로 산 거래였습니다.

2018년 전체 거래에서 지분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32%였는데, 신도시 발표 전 3개월만 따지고 보면 10% 포인트나 높은 겁니다.

【 질문3 】
이게 모두 기획부동산이 개입한 투기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 답변 】
물론 그렇습니다.

여러 명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돈을 모아 공동 명의로 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분거래는 분명히 단독명의로 땅을 사는 것보다 투기성을 의심할 여지가 큽니다.

신도시 발표를 예고한 이후에 지분거래가 크게 늘어난 점이 그 근거입니다.

【 질문4 】
그럼 기획부동산 지분쪼개기로 의심할만한 가장 일반적인 수법이 뭐죠?

【 답변 】
보통 기획부동산들은 산이나 논, 밭을 사면서 이 지역이 곧 개발된다는 소문을 흘립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연락하거나 모집책을 통해 시세차익이 기대되니 땅을 사라고 권유합니다.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까지 사람을 모으는데, 이들에게 투자한 돈 만큼 땅을 공동 명의로 쪼개서 등기를 합니다.

과거에는 필지를 일일이 나눴지만, 요즘은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동 명의로 지분을 나눠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질문5 】
그런데 공동 명의면 나중에 팔기도 어렵고 재산권 행사도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런 걸 감수하면서 기획부동산 꾐에 넘어가는 게 이해가 안되는데요.

【 답변 】
지분을 산 땅이 신도시 등으로 개발되면 높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기획부동산들이 유혹하는 겁니다.

게다가 잘게 잘라 놓아 투자금이 수천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소비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려드는 겁니다.

특히나 이번 LH 직원 투기 의혹처럼 누군가 개발 정보를 알고 실제 실행까지해서 큰 돈을 번 사례를 접하다 보면, 일반인들은 유혹에 더 쉽게 넘어가게 됩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발되지 않고 방치돼,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 질문6 】
그렇군요. 대책을 마련해야겠어요?

【 답변 】
그래서 택지 개발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지난해 211㎢(제곱 킬로미터), 여의도의 70배가 넘는 임야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지분거래 허가제를 입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현재의 땅 주인들이 팔 길이 막힌다며, 토지거래허가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를 크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기획부동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 앵커 】
김경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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