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삼일절, 대통령은 "한일 협력"…대권 선호도 1위 이재명은 "친일잔재 청산"
입력 2021-03-01 12:06  | 수정 2021-05-30 13:05
제 102주년 3·1절인 오늘(1일),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념사가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 문 대통령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코로나19 상황 속 다자주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협력의 대상에는 일본도 예외가 아님을 여러차례 힘주어 말했습니다. "한국은 과거 식민지의 수치스러운 역사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던 아픈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교훈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결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또 "3·1독립선언서는 일본에게 용감하고 현명하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면서 "우리의 정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조들은 인류 평등의 대의와 함께 독립선언의 목적이 일본을 미워하고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라 간의 관계를 바로잡아 동양평화와 세계평화를 이루고자 함에 있다는 것을 선포하고 비폭력 평화 운동을 선언했다"고 밝혔습니다. 3·1 운동 정신이 대일 협력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협력의 목표로는 도쿄올림픽을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일 양국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한일 협력뿐 아니라 국제사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자주의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힘이 지배하는 일방적인 세계 질서 속에서 식민주의와 전쟁으로 인류 모두가 불행해지는 시대를 넘어섰다"면서 "이제 세계는 공존과 새로운 번영을 위해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출범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북한도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몽골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이재명 지사 "친일잔재 청산"

대일 관계에 미래지향적 협력의 메시지를 강조한 문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 지사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서 그대로 놔두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 '친일잔재 청산'을 강조했습니다.

이 지사는 경기도 홈페이지에 올린 '3·1절 102주년 기념사'에서 "해방 이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친일 세력의 반발로 우리는 친일잔재 청산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며 "그 후과를 지금까지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잊을만하면 독버섯처럼 되살아나는 과거사에 관한 망언 역시 친일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45년 8·15 광복에 대해서도 "그 해방은 절반에 그친 미완의 해방이었다"며 독일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나치 독일을 비롯한 패전국은 영토 분할이나 전쟁 배상금 등 전쟁 책임에 따른 제재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나치 독일만큼 전쟁 책임이 막대한 일제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인 한반도가 분할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고 했습니다. 독일은 '탈나치화'를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이어오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친일잔재 청산에 나선 이유를 "과거에 얽매이거나 보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도가 3·1절 100주년이었던 2년 전부터 도내 친일잔재 조사를 시작했다며 "올해를 경기도 친일청산 원년으로 삼아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더욱더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 친일인사 257명의 행적을 알리고, 일제가 강제 개칭한 도내 각 지역의 지명 변천사를 살펴 이름을 되찾는 일도 진행하고자 한다"며 향후 계획도 소개했습니다. 이어 "3·1운동을 통해 펼치신 숭고한 헌신과 열망을 친일잔재 청산으로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전문가 "진전된 메시지…구체적 방법론은 없어"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문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에 대해 "상당히 진전된 메시지를 내신 것 같다"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가기 위해 과거사 문제와 협력 사안을 과감히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일 협력이라는 방향성은 명백히 밝힌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빠졌다는 점에서 이후 한일 관계에 구체적인 진전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해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면서 "일본 측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일본 측은 현재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문제나 위안부 합의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명백한 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념사에 대해서는 "다분히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다만, 친일청산 문제가 차기 대선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어젠다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도 한일관계를 과거사에 매몰시키는 것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교 전략적으로는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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