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기대반 걱정반"…7만가구 광명 시흥, 수도권 집값 들썩일까
입력 2021-03-01 11:22  | 수정 2021-03-01 12:34
신도시 들어서는 광명 시흥 일대 전경 [사진 = 한주형 기자]

정부가 경기 광명시흥지구를 6번째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물량도 일산신도시(6만9000가구)보다 많은 7만 가구에 달해 무주택 실주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커졌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제 입주 시기를 놓고는 업계의 의견차가 갈리고 있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로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광명 시흥이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대 등으로 결국 2014년 지구 지정이 해제된 전례가 있던 만큼 토지 보상이나 주민 설득에 따라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공급 폭탄이 쏟아지면 오히려 집값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4일 1차 신규 공공택지 3곳(광명 시흥·부산 대저, 광주 산정)의 입지를 발표했다. 이들 3개 신규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총 10만1000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광명 시흥은 광명시 광명동·옥길동·시흥시 과림동 일대로 7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된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4.3배 크기인 1271만㎡로 지금까지 나온 3기 신도시 중 가장 크다.
국토부는 광명 시흥 신도시에 380만㎡ 규모의 공원·녹지와 수변공원을 조성하는 등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남북 방향으로 신도시를 관통하는 도시철도를 건설해 지하철 1·2·7호선, 신안산선, 광역급행철도(GTX)-B 등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일단 해당 지역 거주민들은 정부 발표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교통망 확충과 대단지 주택 조성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분당, 하남처럼 집값도 상승도 기대하는 눈치다.
지정 지구 인근의 S공인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두는 전화가 쉴새 없이 걸려온다"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가 몇 일 사이 3000만원 가량 뛰었지만, 일단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최장 5년 동안 토지 소유권이나 지상권 등 투기성 토지거래가 차단된다.
공급폭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만가구 공급이 단기간 쏟아진다면 일시적으로 가격은 조정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영향권은 시흥, 광명을 포함해 수도권 서남권은 물론,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특히 광명시흥 신도시보다 교통이 열악하고, 오래된 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을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한 공급신호…반발도 적지 않아


광명·시흥 신도시급 택지개발 지구 위치도[사진 = 국토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주택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민간이나 토지주의 의사결정에 따라 공급이 유동적일 수 있는 '2·4대책'과 달리 시흥 광명 물량은 시장에 가시적인 공급 신호를 보냈다는 의미가 있다"며 "광명은 서울과 맞닿아 있어 서울 등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광명 시흥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 이전부터 신도시 후보지 0순위로 거론돼 왔다"면서 "구로나 가산, 여의도, 강남과도 가까워 출퇴근이 가능해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수요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또 광명시 철산·광명·하안동에서 추진 중인 정비사업에 따른 전세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광명 시흥이 현재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데다 MB 정부 시절 보금자리지구 지정에 따른 토지이용계획도 대략 만들어진 상황이어서 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광명 시흥의 입주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나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5년 분양을 거쳐 2027년 입주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미흡한 교통대책과 구시가지의 슬럼화, 베드타운화 등을 우려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토지 수용과 보상, 관련 당사자들 간 이해관계 조정 등 신규 택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수용 당사자 간의 합의가 중요한 토지보상 방식과 금액 수준에 상당한 이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 "이번 토지보상금 규모가 최대 1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해 당사자들과의 조정 과정을 진행하다보면 실제 입주가 정부의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공 주도에 불만도…정부 "주민의견 적응 반영"


민간 주도 개발을 바라던 주민들의 반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광명시흥특별관리지역 취락지구 광명시흥주민연합체는 정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최근 10여년 사이 이 지역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보금자리지구, 특별관리지역으로 번갈아 지정하는 정책 실패를 거듭하면서 주민 피해를 가중시켰는데 이번에도 주민의견 수렴절차 한 번 없이 생존권을 뒤흔드는 중대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주민 설명을 통해 신도시 지정 과정 등을 설명하고 법치 행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살릴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독선적이고 위법적 행정이 계속될 경우 과명시흥 주민들은 법치 수호를 위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신규택지지구는 주민동의에 상관없이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하면 강제 수용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광명 시흥 지정은 지자체와 주민 요청에 따른 것이기에 큰 난항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변창흠 장관은 지난 25일 한 통신사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광명시흥지구의 일부 주민들이 반대의견을 표시하기도 한다"면서도 "태릉 공공주택과 관련해 주민과 상당부분 합의가 이뤄졌고 과천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자체와 협의하며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명 시흥은 총 7만 가구 중 40%인 2만8000가구를 민간 분양으로 공급한다. 국토부는 2025년 본청약에 앞서 2023년 사전 청약을 먼저 진행할 계획이다.
사전 청약 당시 해당 지역에 거주 중이면서 본청약 시점까지 해당 지역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면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광명 시흥이 광명시와 시흥시 두 개 행정구역에 걸쳐 있어 각각의 시에서만 해당 지역 우선 공급이 가능하다.
시흥시 구역에 지어지는 아파트의 30%는 시흥시 주민만, 광명시 구역에 지어지는 아파트 30%는 광명시 주민에게 우선 공급한다. 즉, 시흥시 주민이 광명시 아파트에 청약하려면 나머지 기타지역(70%)에 해당하는 경기도 및 수도권 거주자와 경쟁해야 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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