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확진자가 200명을 넘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의 감염병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의 두 얼굴'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본인을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청원에는 '순천향'과 '서울' 등 특정 가능한 정보가 삭제된 상태입니다. 청원인은 글에서 "2021년 2월 20일 현재 본원에서 접촉자 추적 조사 중 누적 확진자가 201명으로 확인되었고, 이 숫자는 병원과 감염 관리팀의 무능함이 방역 실패라는 처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언론에도 병원의 상황이 알려지고 있지만 더 자세한 사항을 알리고 싶어 용기를 낸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병원 측의 부실한 대응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먼저 "직원들은 전수조사 검사 후 음성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 내 감염의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음성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직원이 환자 또는 다른 직원들과 접촉하여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었다면 이는 원내 코로나 감염 확산을 부추기는 지시였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병원 직원이 돌아가면서 병원 출입을 통제했다"면서 "그 직원이 확진자 또는 잠복기 상태의 사람과 접촉하였을 경우 다시 병원 내로 들어와 근무를 한다면 감염 통제가 되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환자 관리 문제도 거론했습니다. 청원인은 다수의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가 나온 본관 병동으로 간호 지원인력을 보내면서 지원 형식이 아닌 무작위 파견 형식을 취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상당수 간호사들이 출근 후 파견 사실을 알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확진자 수가 128명이었던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확진이 나오지 않은 병동에는 입원환자가 20명 가까이 되었다"면서 "버거운 상황에서 신환까지 관리할 여력이 있어 입원을 허용시킨 것인지 정말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술실이 본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수술(비만수술)을 강행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병동의 감염 관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청원인은 "확진 간호사가 나온 병동을 방역하지 않은 채 헬퍼(지원인력) 간호사들이 그대로 탈의실, 스테이션, 물품들을 사용하고, 환자마다 혈압계, 체온계와 같은 의료기기들도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음압시설이 없는 병동 복도에 아무렇지 않게 보호구들이 비치되어 있으며, 고글의 경우 사용한 후 공급실에서 소독을 하지만 비닐에 씌워있지 않은 채 올라와 간호사들은 균에 노출된 상태에서 근무를 계속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선제 격리 중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접촉한 간호사는 감염 관리팀에게 접촉 여부만 조사받은 뒤 자가격리 대상인지 능동감시 대상인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채 계속 근무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병원 측이 전문 방역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내부 인력을 활용해 손걸레로 청소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일반 병동은 직접 해당 부서원들에게 침대, 창문, 천장, 환풍구까지 청소를 강요했다"면서 "천장 청소를 하다 넘어져 부상을 입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휴일인 근무자들까지 불러내어 청소를 시켰다"며 "물론 추가 근무수당이나 정당한 보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23일 오전 11시 6분 기준 해당 청원에는 3643명이 동의했습니다. 병원 측은 병원장 주재로 화상회의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현재는 방역 당국과 협의해 임시로 중단했던 외래와 응급실 진료를 재개한 상태입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