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 받은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서 물러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납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재단 이사로서 결격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다음 달 중으로 이사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퇴임과 후임 인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21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지도·감독하는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에 따르면 재단은 이 부회장의 이사장직 퇴임과 관련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징역형을 확정받아 사회복지법인 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사회복지법인의 이사 등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법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만기 출소 이후에도 3년간 삼성생명공익재단 임원으로 복귀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재용 부회장처럼 징역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경우도 사회복지사업법상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조만간 공문 등을 통해 재단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할 예정입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측은 "이사회 개최나 이사장 거취 문제에 관해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주무관청인 용산구청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로서 결격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재단도 인지하고 있다고 구청에 답변했다"고 전했습니다.

재단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의 퇴임 안건을 다루지 않을 경우 용산구청은 재단이 이 부회장의 이사장직을 해임하도록 행정지도를 내리거나 해임 명령 등 행정처분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산 규모만 수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의 대표적인 복지재단으로, 1982년 설립돼 삼성서울병원과 삼성노블카운티 등을 운영하며 의료·노인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5월 전임 이사장이었던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1년째 이뤄진 당시 이사장 선임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상징적인 조처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부회장은 재단 이사장으로 첫 임기 3년을 채우고 2018년 5월 이사장직을 연임했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상 이사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연임에는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