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또 맞아볼래"…경비원에 '갑질' 입주민, 법정구속
입력 2021-02-21 10:23  | 수정 2021-02-28 11:05


경기 부천의 오피스텔 경비원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가해 특수상해 등의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 A(36)씨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5단독(배예선 판사)은 특수상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어 법정에서 구속했다고 오늘(21일)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 A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부천의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다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경비원 B(74)씨를 찾아갔습니다. 매달 주차비를 제때 내는데도 주차장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며 A씨는 B씨의 이마를 휴대전화 모서리로 내리찍고 옆에 있던 소화기로 B씨의 어깨와 엉덩이 등을 5차례 때리고 발로 허벅지를 여러 차례 걷어찼습니다.

이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A씨는 한 달 뒤 주차요금을 내러 경비실을 찾아갔다가 B씨와 다시 마주쳤습니다. 사과를 받지 못해 앙금이 남아 있던 B씨가 "나를 때려서 피해준 사람이구먼.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냐"고 A씨에게 따지자, A씨는 "경비원 X자식아, 또 맞아볼래"라며 B씨의 허벅지를 발로 찼습니다.


이후 진행된 첫 재판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지난달 결심 공판 때 최후진술을 하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경찰조사에서도 "B씨로부터 휴대전화로 위협을 당해 범행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고 공판 전 A씨가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는 '평소에도 (경비원이) 일을 대충대충 한다. 또 욱하는 경비 좀 보세요' 등 B씨를 비난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A씨는 과거에도 스테이플러를 다른 사람 얼굴에 던지거나 소주병으로 머리를 가격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폭행을 당한 B씨는 치료비마저 제대로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해 A씨로부터 250만원을 받고 합의서를 써줬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끝내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5단독(배예선 판사)은 A씨의 특수상해 혐의 등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피해자에게 화풀이하며 이른바 '갑질' 행태를 보였음도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거나 뉘우치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양형 요소인 '처벌불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뉘우치는 것을 전제로 한 경우에 의미가 있다"며 "처벌불원 의사가 법원에 제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실형 선고를 피할 수는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치료비마저 제대로 받지 못할까 걱정하며 A씨로부터 250만 원을 받고 합의한 점을 고려해 A씨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형법상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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