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3천600년전 살해된 이집트 파라오…의학기술로 재구성
입력 2021-02-18 07:44  | 수정 2021-02-25 08:05

기원전 16세기경 이민족인 힉소스 지배에 저항했던 고대 이집트 17왕조에는 세케넨레 타오 2세라는 파라오가 있었습니다.

1881년 이집트 남부 룩소르 인근의 나일강 서안 장례 신전에서 발굴된 이 파라오의 미라는 다소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두개골 오른쪽 앞부분이 깨져 있고 손도 심하게 뒤틀려 있었습니다.

1960년대 처음으로 이 미라에 대한 X선 검사를 한 학자들은 힉소스에 저항했던 세케넨레 타오 2세가 전장에서 싸우다가 죽었거나 궁에서 암살당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훼손이 심한 미라의 상태를 토대로 방부처리 작업이 왕실이 아닌 곳에서 진행됐을 것이라는 추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컴퓨터 기술을 동원해 미라를 정밀 분석한 학자들은 이 파라오의 죽음에 대해 다른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이집트 유물부 장관을 지낸 저명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와 카이로대 의대 방사선과 사하르 살림 교수는 컴퓨터 단층촬영(CT) 사진으로 미라의 3차원 입체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미지에서 새로운 단서들을 찾아냈습니다.

이집트 관광 유물부는 현지시간으로 어제(17일) "CT 촬영을 통해 기존에 발견된 손상 부위 이외에 다수의 미세한 두개골 손상을 찾아냈다. 이 손상된 부위들은 방부처리 기술자에 의해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와스 전 장관과 살림 교수는 또 도끼와 창, 단검 등 카이로 박물관에 소장된 힉소스 무기들의 생김새와 두개골에 생긴 파손 부위의 모양을 비교해 연관성을 찾아냈습니다.


그 밖에 미라의 손 모양을 분석해 팔이 등 뒤로 묶인 상태에서 생긴 기형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자들은 세케넨레 타오 2세가 전투 중 적에게 사로잡힌 뒤 저항할 수 없도록 손을 뒤로 결박당한 채 끌려가 일종의 '처형 의식'에 따라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이들은 미라의 뼈 상태를 통해 세케넨레 타오 2세가 살해됐을 당시 나이가 40살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했고, 당시 방부 처리 과정에 현대의 성형수술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재료가 쓰였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하와스 전 장관과 살림 교수의 연구 결과는 어제(17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 인 메디신'에 실렸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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