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시현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가 지난달 16일 2년여 동안의 암 투병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고인은 1991년 숙명여대 화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1993년 텍사스공과대학에서 유학했습니다. 2003년 33세 나이에 모교 교수로 돌아온 이듬해 전산화학 수업을 개설했습니다. 전산화학은 말 그대로 실험실이 아닌 슈퍼컴퓨터를 통해 진행되는 화학실험을 뜻합니다. 이론화학으로도 불리는데, 2013년 노벨 화학상이 전산화학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크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함 교수는 단백질 응집의 원인과 매커니즘을 원자수준에서 규명해 단백질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과 상호작용하는 체내 단백질의 특성을 고려한 독자적인 연구방법인 '생체분자 역동 열역학'을 통해 생체 내에서 정상세포가 질병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을 밝히는 연구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이 같은 원천기술을 통해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공헌한 공로로 2016년 4월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함 교수는 또 알츠하이머 단백질 응집 현상의 매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과학인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국가 미래를 이끌 기초과학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시행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서 후속과제 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기초과학 화학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신약디자인 프로그램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의 연구기관에서 항체개발 연구에 적용되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