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나온 뒤 첫 증시 거래일인 15일 장 초반 승자인 LG화학은 강세를 보이고, 패자인 SK이노베이션은 급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4분 현재 LG화학은 전일 대비 3만9000원(4.06%) 오른 99만9000원에, SK이노베이션은 2만4000원(8.09%) 하락한 27만25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미 ITC는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의 100% 자회사)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등 관련 부품과 소재를 10년 동안 미국에 수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최종 판결을 지난 10일(현지시간) 내렸다. 다만 포스와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중간부품은 각각 4년과 2년 동안 수입을 허용했다.
소송 결과가 나오면서 양측의 합의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이 부담해야 할 배상금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최종판결이 나온 날로부터 60일 안에 두 회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의 가동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종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ITC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양측이 각각 생각하는 합의금 규모 차이는 컸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조원 이상을,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미만을 각각 적정선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급락하면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측 합의를 전제로 한 전망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불투명하고, 행사한다 해도 향후 민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의 이차전지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 시 매수 관점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양사 간의 합의 가능성이 분명 높아진 만큼 소송 관련 불확실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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