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업? 결혼?…"나 돌아갈래" 석·박사의 절규 [스물스물]
입력 2021-02-14 09:54  | 수정 2021-03-03 13:24
코로나시대 갈 수록 어두운 취업의 길 [이충우 기자]

'취업은?'
'결혼 계획은?'
'그럼, 여자친구는 있고?'
올해 이과계열 박사 졸업을 앞둔 박현석(가명·경기) 씨는 이번 설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서른을 넘어서고, 대학에 머무른 시간이 길어지자 주변 어른들의 3단 콤보 질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니 안 간다고 했죠. 근데 사실은 똑같은 질문을 또 하실 텐데 할 말이 없어요"
나름 집에서 가방끈이 가장 길어 부모님의 기대와 친척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그는 졸업 이후의 계획을 짜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박사한다고 하면 다들 진로가 보장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계열마다도 많이 다르고 또 같은 계열 안에서도 어떤걸 세부 전공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요" 그는 최후의 보루로 학원 강사로 전향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고용 한파가 석·박사급 인재들도 흔드는 분위기다. 고학력 청년들도 취업난에 예외가 없으면서 장기 취업준비생으로 남아있거나, 결국 어쩔 수 없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으로 갈아타는 경우 등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취업이 좀처럼 되지 않아 학사에서 석사, 석사에서 또다시 박사로 '도피성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지원자 중에선 스펙이라도 더 쌓자는 마음에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커리어로 취업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석·박사급을 뽑는다고 하면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는 것인데, 학력만 높아진 경우라면 학사만 못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고학력에 되려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전공 분야에 따라서도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예술·인문학 분야다. 고학력에 부합하는 직종의 비중 자체가 낮은 데다가, 교수 인력 적체까지 심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로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그해 2월과 전년도 8월에 박사학위를 받은 9048명(외국인 제외)을 대상으로 졸업 이후 상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술·인문학 박사학위 취득자의 41.7%가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8.8%가 취업, 박사후 과정 1.3%, 시간강사 18.3%였다.
이어 자연과학, 수학 및 통계학 박사 학위 취득자도 38.5%가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석·박사급 채용시장은 업황에 따라서도 온도차를 보인다. 서울의 한 공과대학 관계자는 "같은 공학계열이더라도 수요가 한정된 원자력 공학보단 미래산업군으로 채용이 활발한 컴퓨터공학의 취업 상황이 낫다"고 설명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석·박사급 취업난은 이들 고급 인력의 하향 취업으로 이어지고, 연쇄적으로 학사급, 고졸 등의 취업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민서 기자]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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