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동 학대 웃으며 즐긴 보육교사들"…피해 학부모들 호소
입력 2021-02-09 08:58  | 수정 2021-02-16 09:05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6명 전원이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어제(8일) 피해 부모들이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들며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습니다.

25일간 등원하는 동안 148건의 학대를 당했다는 자폐 아동의 부모는 이날 인천 서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가 본 우리 아이의 학대 영상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심했고 그곳은 그냥 지옥"이라며 "전 교사 모두가 아이들을 학대하고 웃으며 즐기고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러면서 "체중이 20kg이 채 안 되는 우리 아이보다 3∼4배 되는 육중한 몸을 가진 담임 교사가 크고 긴 쿠션을 공중에 한 바퀴 돌려 아이에게 휘둘렀다"며 "나동그라져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담임 교사가 다시 다가가 몸 위를 누르며 강제로 억압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인간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한 "학대 영상을 본 뒤 지난여름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를 보고 '너무 예쁘니 긴 머리를 자르지 마세요'라고 했던 말이 아이의 머리채를 끌고 다니려고 했던 것이란 걸 깨달았다"며 "아팠던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집에서 아이의 머리를 단발로 잘라줬다"고 호소했습니다.

학대 피해 아동의 부모는 아이가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매일 밤에 잠이 들 때까지 2∼3시간 동안 울고 있으며 몸을 바닥에 던지는 등 자해 행동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보육교사들은) 아이를 돌봐야 할 점심시간에 같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다"며 "아이들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으로 미디어 영상을 바라보며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천시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인천시장애인부모회와 인천시 서구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피해를 본 장애아동 등의 부모들이 함께 열었습니다.


0세반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말도 못 하는 아이는 기저귀로 맞고 서랍장 밑에 머리를 잡혀 밀려들어 갔다"며 "(보육교사는) 쿠션으로 아이를 괴롭히며 입에 손을 넣고 운다고 손과 머리를 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여러 명의 선생님에게 둘러싸인 채 아이는 맞고 머리를 잡힌 채 들어 올려졌다"며 "다른 아픈 아이는 책상에 올려뒀던 커피를 쏟았다고 마스크를 벗기고 걸레로 얼굴을 맞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애인단체 등은 아동학대 피해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지 2주일이 넘게 지났으나 학대 피해를 본 아동들은 제대로 된 치료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극심한 학대를 경험한 피해 아동은 트라우마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며 "기존에 심리치료를 받는 곳을 통해 치료 지원을 해달라고 했으나 서구청은 지정된 치료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거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동학대 사건의 관리 책임자이자 학대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해당 어린이집의 원장은 사직 후에도 여전히 어린이집에 출근 중"이라며 "결국 서구청의 행정 편의적 사후 관리로 인해 원장의 출근은 방치되고 피해자 지원은 부실해지고 말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린이집 한 곳을 지정해 특수반을 개설한 뒤 학대 피해 아동을 전원하도록 하는 서구청의 조치에 대해서도 "피해 아동 가족의 의견을 수렴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천시 서구에 있는 이 국공립 어린이집의 20∼30대 보육교사 6명은 최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12월 어린이집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도 관리·감독과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이 2개월치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한 학대 의심 행위는 2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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