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커스M] "마이클 잭슨 미발표곡 입수"…다단계 스캠코인 사기에 빠진 중년들
입력 2021-02-03 19:18  | 수정 2021-02-04 20:16
【 앵커멘트 】
마이클 잭슨의 미발표곡을 입수했다.
BTS의 아시아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홍보하면서 연예인들의 스타성을 반영해 발행하는 코인, 즉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해 금액이 많게는 수천 억까지 되는데, 피해자 대부분은 노후에 자식에게 신세지지 않으려고 투자에 나선 중년들입니다.
오늘 포커스엠에선 다단계 코인 사기의 피해 실태와 사기 수법을 해부해 봤습니다.
김보미 기자입니다.


【 기자 】
▶ 스탠딩 : 김보미 / 기자
- "최근 서울 강남의 두 경찰서에 중장년층들의 사기 피해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허위 정보로 투자자들을 유치한다는 뜻의 '스캠'과 암호화폐 '코인'이 결합된 이른바 '스캠 코인'인데요. 수법이 어떻기에 왜 50~60대들에게 피해가 집중됐는지 취재했습니다."

유명 아이돌 가수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펼칩니다.


연예인들의 인기도를 반영해 발행하는 S코인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행사입니다.

이 업체는 투자설명회에서 "유명 연예인들과 음반 계약을 했다", "유명 음원 사이트에서 합병 제안을 받았다"고 홍보했습니다.

▶ 인터뷰 : S코인 투자자
- "마이클잭슨 미발매곡을 독점으로 가져와서 발표한다. BTS의 아시아 판권, 캐릭터 아시아 판권을 대표가 가져왔다…."

이렇게 해서 모은 투자금은 무려 3천억 원.

그런데 천 원에 상장됐던 코인은 상장 직후 1원대로 폭락했습니다.

심지어 투자자들은 상장되자마자 코인 매매가 안 돼 폭락하는 걸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 인터뷰 : S코인 투자자
- "저는 1천3백 원에 들어갔거든요. 대표가 만 5천 원, 1만 2천 원 갈 것이라고 (했는데) 바로 곤두박질 쳐서 1원까지 떨어졌죠."

업체에 항의했지만 "거래소의 기술적 문제"라고 둘러댈 뿐이었고, 이후에도 상장하겠다던 다른 코인들과 음원 플랫폼 사업 등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막대한 피해를 양산한 B코인.

지난 2017년 말 국내에서 유일하게 채굴할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역시 상장 후 1원대로 폭락했습니다.

당시 B코인 업체에서 일한 직원은 취재진에게 회사가 사업을 진행할 의지가 아예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 인터뷰 : 전 B코인 업체 직원
- "상장이 되고 나서는 모든 사업이 다 중단이 됐고요 직원을 정리하면서 그 사업들은 진행되지 않았고…. 상장(만)이 목표였기 때문에…."

▶ 스탠딩 : 김보미 / 기자
- "이렇게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 행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요. 가상화폐를 포함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건수는 전년대비 약 42% 증가했습니다."

이들의 주된 타깃은 50~60대의 중장년층.

주로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 투자자들을 앉혀놓고 강의를 진행하는데, 허위 자료나 인맥 등을 과시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합니다.

▶ 인터뷰 : B코인 업체 대표(설명회 당시)
- "장관님 같은 경우는 싱가포르 쪽에서 센 게 나오면 본인이 직접 나서주겠다고 하시고 굉장히 고무적인 말씀 하셨어요. 사진 누가 찍었는지 아세요? 00신문 전무님하고요. 현직 00은행 부행장님이 찍으셨어요."

이후 모집책들이 투자자를 모으면 코인으로 수당을 받는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고,

주로 투자자로 끌어들인 지인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 인터뷰 : B코인 투자자
- "노인분들이 뭘 알겠어요. 가까운 지인 통해 소개받고 소액을 투자하는데 누구를 데리고 와야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계속 끊임없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투자자 중에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집까지 판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손실이 나면 다른 사업으로 복구해주겠다는 꾐에 빠져 추가로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B코인 투자자
-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지죠. 왜? 내가 손해 본 거를 복구할 수 있는 건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또다시 빠지게 되고 신용불량자 되고 이혼하는 과정, 암 걸리고 자살하는 분…."

두 업체는 모두 사업 진행 중에 정부 규제 등으로 수익모델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피해를 봐도 업체 대표를 사기죄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강성신 / 변호사
- "투자 손실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그 가능성이 전제가 되는 거라서 굉장히 (사기와 투자의) 경계가 모호해요.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편취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중년의 투자자들을 울리는 스캠코인,

투자에 앞서 주의와 함께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전범수·김현석·김진성 기자·양희승·이형준 VJ
영상편집: 이주호
그래픽: 김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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