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셀트스톱, 두인스톱…" 동학개미 反공매도 운동 급물살 타지만…
입력 2021-02-03 08:48  | 수정 2021-02-03 09:26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 게임스탑에서 시작된 헤지펀드들과 개인투자자 간 공매도 전쟁이 국내에서도 발발했다. 그동안 공매도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반감이 컸던 만큼 이른바 '반(反) 공매도 운동'이 여러 종목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다만 국내 공매도 일시 중단 기간이 길었던 만큼 게임스톱같은 급격한 주가 변동 사례는 나타나기 힘들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주식을 매수하는 이른바 '두인스톱' 운동이 한창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파는 투자 기법으로 나중에 이를 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파는 가격에 비해 사는 가격이 높으면 공매도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게임스톱과 AMC 등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들에서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합세해 숏스퀴즈(공매도 잔고가 많은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급등하는 현상)를 이끌어내고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례를 교훈삼아 국내서 공매도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실제 2일 두산인프라코어 호가창에는 9주, 99주, 999주 단위로 매수 주문이 밀리기도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지주로 편입을 앞두고 인적분할로 인한 주주명부 폐쇄 이전에 공매도 물량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종목보다 승산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매도 잔고는 891억원으로 국내 5위이지만,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은 5.06%로 롯데관광개발(6.81%)에 이어 두번 째로 많다. 공매도 비중이 큰데 주가는 8000원대로 타 종목과 비교해 낮은 편에 속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결집이 충분히 승산있다며 주주들 사이에서 독려의 메시지가 오고간다.

효과는 미지수다. 전일 두산인프라코어는 전일대비 0.68%(60원) 오른 8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000원을 돌파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내 주가가 밀리면서 강보합에 마감했다. 개인들은 4억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억8247억원, 4억2441억원 물량을 뱉어냈다.
앞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을 중심으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전쟁을 선언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은 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의 주주와 연대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합과 연대해 공매도 청산을 유도할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 (매수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고 우선 개인 투자자 세력을 결집해서 회원들의 의사를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판 게임스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사례를 보고) 국내 주식시장에 반영하려는 투자자들의 전략으로 숏 스퀴즈와 유사한 움직임이 관찰된다"며 "개인 투자자의 풍부한 증시 자금을 고려할 때 이 운동의 잠재력은 크지만 주가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달리 국내서는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투기적 공매도(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개인 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할 수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실히 국내 투자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그룹 활동을 통해 훨씬 조직화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은 미국과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국내에서도 공매도가 재개되면 게임스톱과 비슷한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규리 매경닷컴 기자 wizkim6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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