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출 방송 거부 여직원 살해한 40대 BJ…징역 35년
입력 2021-02-02 08:10  | 수정 2021-02-09 09:05
부하직원인 20대 여성에게 돈을 빼앗은 뒤 이 직원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에게 법원이 권고형을 뛰어넘은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했던 이 남성은 부하직원에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혀 주식 관련 인터넷 방송을 시킬 계획이었으나 이를 거부당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자수했으나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두 차례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41살 오모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7∼22년입니다.

재판부는 또 오 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접근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오 씨는 경기 의정부시 내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해외선물 투자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대부업체 대출 등 빚이 1억 원이 넘었고, 사무실 임대료와 가족 병원비 등 매달 1천500만 원가량 필요했습니다.

오 씨는 지난해 3월 24살 A씨를 채용했습니다. 주식 관련 지식을 가르친 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채 인터넷 방송을 하게 해 수익을 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A씨는 이를 거부했고 오 씨는 계획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났습니다.

지난해 6월 29일 낮 12시 30분쯤 오 씨는 출근한 A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밧줄 등으로 억압했습니다. 흉기와 밧줄은 인터넷으로 주문해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이후 A씨에게 투자한 돈이라며 계좌이체를 통해 1천만 원을 빼앗았습니다.

경찰에 신고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살해해 증거를 없애기로 했고, 같은 날 오후 10시쯤 A씨에게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등을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A씨는 9시간 넘게 밧줄에 묶인 채 공포와 두려움에 떨다가 결국 오 씨에게 살해됐습니다.

범행 직후 사무실을 나온 오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3일 만인 7월 1일 경찰에 전화해 자수,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오 씨는 특수강도죄와 특수강간죄로 각각 징역 3년 6월과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두 차례 복역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속기소 된 오 씨는 재판과정에서 "범행 당시 우울장애, 공황장애 등이 있어 약을 복용, 부작용으로 심신미약 상태였고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재물을 위해 대체할 수 없는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그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의 중대함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은 처음부터 돈을 벌 계획으로 피해자를 채용하고 결국 목숨까지 빼앗았다"며 "범행 전 과정에서 큰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피해자의 어머니가 소중한 딸을 다시 볼 수 없는 고통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하는 점, 피고인이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두 차례 강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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