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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은 시작일뿐? 美레딧 개미들 "닷지코인·은을 사수하라"
입력 2021-02-01 11:40  | 수정 2021-02-01 12:20

미국 2030 청년 개인 투자자들의 '게임스톱 운동'으로 뉴욕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인기 투자 종목인 친환경 재생에너지·암호화폐(코인) 시세도 덩달아 출렁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버블(거품)이냐 아니냐'를 두고 고민하면서 매매 타이밍을 재는 분위기다. 월가 전문가들은 '게임스톱 발 변동성'이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만 재생에너지·코인은 투자 과열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단기 급등락에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친환경 에너지 부문 '블룸에너지'(거래코드 BE) 주가는 한 주 동안 15.83% 급락했다. '파리 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한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기대와 달리 '바이든 수혜주'로 꼽힌 친환경 에너지 부문이 고전하는 분위기다. 블룸에너지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로 SK건설과 손잡아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매수 인기를 끈 종목이다. 플러그파워(PLUG)도 같은 기간 13.67% 떨어지는 주가 변동성을 보였다. 회사는 글로벌 수소 사업을 이끄는 수소 연료 전지 솔루션 업체로 한국 SK와 SK E&S가 올해 1월 지분 9.9%를 확보해 대주주가 되면서 국내 투자자들 주목을 받은 곳이다. 플러그파워는 지난 해 로빈후드(미국 주식 중개 수수료 무료 앱)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 열풍이 불었다.
이밖에 태양에너지 업체 선런(RUN· -11.88%)과 인페이즈에너지(ENPH· -10.05%) 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솔라(TAN· -8.66%)와 MAC글로벌태양에너지(SUNIDX· -8.61%)도 줄줄이 급락했다. 지난 주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대형주 위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66% 떨어지고, '소형주 위주' 러셀2000지수가 4.14% 떨어진 것에 비해 이들 종목·ETF 하락세가 더 가팔랐다.
일각에서는 특히 태양에너지 관련 부문 주가 상승 여력이 적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태양 에너지는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생산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현재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재생에너지이지만 이미 시장성이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망 좋은 산업'이라는 점이 주주들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1일(현지시간) 과대 평가된 주가를 정당화하려면 새로운 사업 전망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투저처를 찾으려면 태양에너지가 아닌 풍력에너지도 있다. 지난해 태양에너지 ETF인 MAC 글로벌태양에너지는 지난 해 배당금 포함 수익률이 233%였지만 같은 기간 풍력에너지 부문 세계 최대 기업 덴마크 베스타스나 스페인 대형 지멘스가메사는 수익률이 이보다 낮았다.
다만 여전히 태양에너지가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재생에너지다. UBS의 샘 아리 유틸리티(전력·가스·수도 등 대규모 사회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 부문 분석가는 "화석 연료 시대 이후 친환경 시대에 태양 에너지 투자 열기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촉매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에너지 부문에 투자하려는 경우 태양광 패널 업체보다는 태양광 전환 장치(인버터)를 생산하는 식의 관련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태양에너지 투자자들은 이미 최소한 두 번의 주가 급등락을 경험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서 "핵심 교훈은 패널 자체를 만드는 것은 수익성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반면 가치 사슬로 연결된 다른 부문 전망이 더 좋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태양에너지 가치 사슬에는 인버터와 디벨로퍼 등이 꼽힌다. 우선 인버터와 관련해 WSJ는 업계가 솔라엣지(SEDG)와 인페이즈(ENPH)를 주목한다고 전했다. 두 기업 주가가 이미 지난 해 각각 약 179%, 444% 올라 한 차례 급등세를 기록했지만 인버터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전기자동차-태양전지판-배터리-스마트홈' 시대 전력 관리 서비스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두 업체는 태양에너지 인버터를 만드는 회사다. 인버터는 태양 전지판 전력을 일상 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교류로 바꾸고 에너지 출력을 높이는 장치다.
태양에너지 디벨로퍼 부문의 경우 바클레이즈의 도미닉 내쉬 유틸리티 부문 연구원은 넥스트에라에너지(NEE)와 이탈리아 에넬, 스페인 이베르드롤라를 대표 기업으로 보고 있다. 태양에너지 디벨로퍼는 마치 부동산 시장 디벨로퍼처럼 태양열 사업장 입찰-건설-운영 전반을 이끈다. 세 대형 업체는 풍력에너지 부문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미국 주거용 디벨로퍼 기업으로는 선런(Run)과 선파워(SPWR)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일반 가정의 지붕에 태양패널과 배터리 저장소를 설치해준 후 월 이용료를 받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모건스탠리의 스테픈 비어드 연구원은 "미국 태양광 보급률이 현재 3% 수준에서 오는 2030년 14 % 로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주거용 디벨로퍼 부문은)아주 쉽게 팔리는 사업이어서 경쟁이 커지면 기존 업체들이 영업이익 압박을 받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닷지코인 1주일간 시세 변동 [출처=코인데스크]
한편 미국 2030 청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코인도 친환경 에너지 부문 못지 않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건 레딧 '사토시스트리트베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닷지코인과 실버코인이다.
닷지코인(DOGE)은 '미국 개인 투자자 군단'을 거느린 인플루언서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29일 오후 트위터 프로필에 #bitcoin 해시 태그를 달고 "뒤돌아 보면 필연적이었다(In retrospect, it was inevitable)"고 언급하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일본 견종 시바견을 모델로 둔 닷지코인은 머스크의 트위터가 있은 후 하루 새 시세가 10배 뛰었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도 닷지코인을 언급해 거래가 급등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다만 바로 다음 날 오후 닷키코인 거래가는 24시간만에 46%급락해 0.02582달러로 떨어지는 변동성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사토시스트리트베트'에서는 투자자들이 "과대 광고 잔치가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지난 3~4일 간 집단적인 노력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자"면서 매수세를 이어가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토론방은 지난 2009년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개발한 일본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름을 딴 것으로 '월스트리트베트의 코인 버전'으로 불린다.
출처=레딧 등
이밖에 레딧 사용자들은 귀금속 원자재 '은'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주식시장에 이어 원자재 시장에서 은이야 말로 가장 시세 조작이 난무하는 곳"이라면서 은 매수에 나섰다. 그 결과 '아이셰어즈 실버(SLV)' ETF 시세가 한 주 동안 6.11%올랐다. 게인스빌코인스에 따르면 아메리칸이글 실버코인 시세는 1단위 당 2달러선이던 것이 지난 주 후반부 3거래일 동안 급등하면서 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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