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관련 화재에 대한 충당금의 영향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작년 4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싣는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작년 4분기 67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직전분기보다 25.3%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SDI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도 직전분기 대비 7.9% 감소한 2462억원이다.
배터리 사업만 떼 놓고 보면 수익성 악화가 더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분기 대비 31.4%가, 삼성SDI 에너지 부문은 15.3%가 각각 감소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비롯됐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화재사고가 발생한 전기차 모델에 대한 리콜을 결정하면서 배터리업체들도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중에서는 GM 볼트EV와 현대차의 코나EV가,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중에서는 BMW와 포드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각각 리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화재에 따른 충당금 설정에 더해 LG화학은 북미지역에서 판매한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의 화재로 인한 충당금 설정이, 삼성SDI는 물류 문제로 인한 매출 감소가 각각 추가로 수익성을 짓눌렀다.
화재 사고 관련 비용으로 인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았지만, 여러 증권사들이 실적 발표 이후 LG화학과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작년 실적을 발표한 뒤 LG화학의 목표주가를 상향한 증권사는 유안타증권(110만원), 신영증권(123만원), 대신증권(145만원), 메리츠증권(112만원), 미래에셋대우(130만원) 등이다. 삼성SDI에 대해서는 교보증권(100만원), 유진투자증권(95만원), NH투자증권(97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99만원), 하이투자증권(90만원), 키움증권(85만원), DB금융투자(88만원) 등이 목표주가를 몰렸다. 두 회사에 대해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내린 증권사는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전기차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지 품질 이슈는 전기차 보급 확산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안전 이슈에도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점치는 이유는 환경 이슈 때문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전기차 수요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 이산화탄소 감축 미달 시 벌금 부과 등을 포함한 환경규제 정책에 힘입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도 세계 각국이 오는 2035~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기에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작년 4분기에 충당금을 쌓아둬 향후 전기차 화재 사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해 "코나EV 화재 관련 리콜 비용이 작년 4분기에 대부분 반영되며 향후 실적 불확실성이 소멸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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