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뒤가 구리다" vs "선거용 북풍공작"…'원전 문건' 공방 격화
입력 2021-01-30 16:34 
왼쪽부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 사진 = MBN
'원전 문건' 의혹 여야 대격돌
이낙연 "설마 보궐선거 때문?"
안철수 "국정조사·특검 해야"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이른바 '원전 문건' 의혹에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포문을 열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가세했습니다.

여권에서는 윤영찬, 윤건영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이낙연 대표까지 나섰습니다.


오세훈·나경원·안철수 "대통령이 해명해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북한 원전 지원 의혹,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만일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반박한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그런데도 파장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대다수 국민과 언론이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엔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대통령이 한시라도 빨리 직접 나서 답하는 것이 맞다"면서 문 대통령의 직접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대표 말 한마디에 법적 조치부터 꺼내는 대통령이라니,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답지 못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급하긴 급한가 보다, 뭔가 된통 걸렸다는 뜻"이라고 지적하고 "단순 과민반응이 아닌 정권 차원의 총력 대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막지 못하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눈에 훤히 보인다"면서 "'원전 게이트'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남북정상 간 대화에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로 논의되었는지 밝혀 주기 바란다"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청와대가 야당의 정당한 문제 제기와 비판에 대해 법적 조치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졸렬하다"면서 "그만큼 뒤가 구리고 도둑이 제 발 저려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청와대는 앞서 김 비대위원장의 '이적행위' 발언에 대해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면서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권 "억측·망언…잘 짜여진 각본"


왼쪽부터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 사진 = MBN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비대위원장 발언을 읽고 눈을 의심했다"고 하면서 "너무 턱없는 억측"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오늘(30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같이 밝히고 "공무원의 컴퓨터 폴더에 무엇이 있었다면, 그것이 당연히 남북정상회담에서 추진됐다고 주장하시는 것이냐?"고 물으며 "국가 운영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실무를 맡은 윤건영 의원도, 관련되는 산업부와 통일부도 모두 부인하고 항의한다"면서 "그런데도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설마 보궐선거 때문에 그토록 어긋난 발언을 하신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본인의 발언을 책임있게 정리하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의 말대로 당시 정상회담 실무를 담당했던 윤건영 의원도 어제(29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비대위원장 발언의 근거를 물었습니다.

윤 의원은 청와대가 '원전 문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고 언급하면서, 대북 원전 제공 주장과 관련해 "시중의 장삼이사처럼 '아니면 말고 식'인지, 아니면 보수언론의 엉터리 보도에 기반한 것인지, 직접 책임 있게 밝혀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충격적 이적행위'라는 김 비대위원장 발언은 "터무니없는 망언"이라면서 "명백한 근거를 밝히지 못한다면 반드시 그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도 오늘(30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근무했던 그 중요한 시기에 저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이야기를 꿈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현재는 국회의원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나,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경험적 증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언론을 통해 검찰 공소장의 내용이 알려진 배경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검찰에 의해 고의적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 필요한 분명한 이유이고, 검찰 스스로의 개혁은 불가능하다는게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실었습니다.

윤 의원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상상력이라는 조미료를 다량으로 투입함으로써 북한원전 건설과 이적행위로까지 꿰어 맞춘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것이야말로 감사원-국민의힘-검찰-언론-김종인으로 이어지는 아주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각본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장 증폭…공방 더 거세질 듯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서해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때처럼 정치적 공방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야당은 삭제된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할 것이고, 여당과 청와대는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확한 사실 관계가 중요하다면서 "단지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보상 방안으로 검토한 것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나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 없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서 우리의 원전 기술이나 인력과 관련한 정보를 건넸거나 건네려 했다면 이건 이적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 방향이 확인 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적절성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민감한 현안에 대한 내용이 정쟁화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면서 "1990년대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겠다고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은 커녕 플루토늄도 제대로 생산 못하는 핵개발의 초기 단계였다"면서 "지금은 북한이 핵을 완성한 것이고 북한에 이런(원전 건설)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적절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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