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가 되레 올린 분양가상한제…실수요자 분노·상처
입력 2021-01-21 16:57  | 수정 2021-01-21 19:19
◆ 부동산 헛발질 이제 그만 ◆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분양가상한제와 공시지가 인상을 빼놓을 수 없다. 분양가상한제로 '로또 청약'을 조장하더니 공시지가 인상으로 이 꿈마저 흔들어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시지가 인상과 분양가상한제는 양립 불가능한 제도인데 정부가 이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시장 교란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너져가는 무주택자, 분양가상한제 대국민 사기'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규제보다 훨씬 비싼 분양가상한제는 무주택자를 난도질한다"며 "분양가상한제가 되면 10% 이상 저렴해진다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은 대국민 사기"라고 말했다.
이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의 분양가(3.3㎡당 5668만원)가 이전 HUG 분양가보다 3.3㎡당 700만원 이상 오르자 나온 불만이다.
이처럼 분양가상한제가 무력화된 건 정부의 공시지가 인상 때문이다.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2018년 6.89%, 2019년 13.87%, 2020년 7.89%, 2021년 11.41%로 올랐다. 급등한 공시지가는 택지비를 밀어올렸고, 택지비는 다시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원베일리 택지비는 3.3㎡당 4204만원으로 분양가에서 74.1%를 차지한다. 서울처럼 인기 있는 지역일수록 분양가에서 택지비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청약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업계에서 서울 최대 재건축으로 주목하고 있는 둔촌주공은 분양가상한제로 3.3㎡당 3700만원 넘는 분양가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공급면적 24평형(전용면적 59㎡)도 9억원을 넘겨 중도금대출이 막힌다. 또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 노부모봉양, 기관추천 등 일반적인 특별공급 물량이 배정되지 않는다.

공시지가 상승도 문제지만 분양가상한제 자체가 시행되지 말았어야 할 제도라는 비판이 많다.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자 수요자들은 오로지 '시세차익'에만 집중했고,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로또 아파트'만 찾아 청약하는 '묻지 마 청약'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익명의 전문가는 "주택 시장에 물량을 풀어 대기 수요가 없게 해야 하는데 로또 청약을 부추겨 전세 대기 수요만 키우니 전세난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분양가를 반값으로 하면 인근 시세도 반값으로 내려올 거란 기대는 터무니없다"며 "결국 공급만 지연시켜 집값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주요 분양은 분양가상한제로 지난해부터 줄줄이 밀렸다. 둔촌주공은 올해 분양도 장담할 수 없다.
고가점자까지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가점이 낮은 30대는 반대로 '패닉바잉'에 나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30대 매입자는 총 3만6177명으로 전체 중 34.12%를 차지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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