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에서]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입력 2021-01-21 10:51  | 수정 2021-01-21 10:56
◆ "관심 받지 못한 이곳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0년 11월 30일, 더욱 강화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앞두고 서울의 한 줌바 스튜디오를 찾았던 기억이 아직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습니다.

조명받지 못했지만, 또다시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는 줌바, GX 체육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 시작은 02로 시작하는 전화였죠.

무턱대고 찾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장 문을 열고 싶어도, 영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당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오전부터 시작된 통화가 2시간쯤 흘렀을까. 줌바 스튜디오 원장님은 그제야 영업장 방문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약수동의 위치한 건물 지하 1층의 스튜디오에 들어간 순간, 모든 것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고 만나 뵐 당시가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라고 전해주셨죠. 눈에 띈 큰 드럼통 형태의 소독제 앞에서 원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관심 받지 못한 이곳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막막해요, 깜깜해요."


그 누구도 자신이 직접, 몸소 경험한 일이 아니라면 당사자가 겪는 고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와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면서도 당장 언제까지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지속할 것인지, 언제부터 영업재개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줌바 스튜디오 원장님, 오랜 시간 꿈꿔온 헬스장을 세운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도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모습이었습니다.

막막하고 깜깜하다고 호소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정적인 아픔을 함께 느꼈습니다. 비록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고충을 듣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중국집도, 학부 시절 자주 가던 고깃집과 술집도 코로나19 앞에서 모두가 '힘듦'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그들에게 "요즘 어떠세요?, 힘드시죠?"라고 묻는 것 자체가 결례가 되진 않을까 더욱 더 조심스러워지는 나날입니다.


하지만, 주변 곳곳에서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경험하고, 전달하는 행위를 통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이 일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이제 운동을 할 수 있는 소중했던 일상으로의 회복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을 모두가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태진 기자 / jtj@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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