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 검사 안 한 환자여서…" 되돌아간 닥터헬기에 숨진 50대
입력 2021-01-18 17:38  | 수정 2021-01-25 18:03
강원 닥터헬기 / 사진=강원도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의료현장에서 뛰는 의료진에게 정말 진심으로 감사해온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살릴 수 있었던 응급환자마저 외면당하는 이 현실은 너무나 괴롭고 아픕니다."

44살 황모씨는 한 달여 전 남편을 떠나 보냈습니다. 강원 홍천군청 공무원인 남편 50살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점심을 먹고 들어온 뒤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을 느꼈습니다.

김씨는 동료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으로 갔으나 심정지를 일으켰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황씨는 황급히 병원을 찾았고 "원주에서 닥터헬기가 오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가슴을 달랬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병원 측은 "닥터헬기가 올 수 없어 병원 구급차로 이송해야 한다"고 알렸고, 이송 준비과정에서 김씨는 한 차례 더 심정지를 일으켰습니다.

황씨는 혈관을 뚫으면 남편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에 희망을 품고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겼으나, 남편은 응급실에 들어간 지 30여분 만인 오후 4시 26분쯤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황씨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그날의 과정을 모두 살폈습니다.

그리고 당시 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닥터헬기가 떴고, 홍천을 향해 7분을 날아왔으나 다시 원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황씨는 "회항 사실을 알게 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며 "이유를 묻자 남편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환자인데다 병원 규정상 열이 나거나 호흡곤란 등 환자는 닥터헬기에 태울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코로나19와는 거리가 먼 환자였고, 심장 문제는 호흡과도 이어지는 문제인데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두고 어떻게 헬기를 다시 돌릴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황씨는 "닥터헬기에 태울 수 있는 환자가 있긴 하느냐"고 반문하며 "다정한 아빠와 든든한 남편을 허망하게 잃었지만, 응급환자가 외면받는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기독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 운영에 관한 매뉴얼'에 따라 김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어 항공 이송 금지 사항으로 판단해 지상 이송을 권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중증 환자의 항공 이송 기준에 대한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 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황씨는 이렇다 할 기저질환이 없던 남편이 갑작스레 심근경색으로 숨진 주요 원인이 과로인 것으로 보고 순직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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