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난 쓸모없는 사람"…산후우울증에 생후 13일 딸 안고 투신한 엄마
입력 2021-01-07 16:32  | 수정 2021-01-14 17:03

산후우울증을 앓다 신생아를 품에 안고 창 밖으로 뛰어내려 아이를 숨지게 한 친모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트남인 26살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오늘(7일)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2일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13일 된 자신의 아기를 품에 안고 8층 높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습니다.

1층 바닥으로 떨어진 아기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숨졌습니다.


A씨는 당시 "나는 진짜 쓸모없는 사람이다.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나는 못된 사람이다. 엄마 역할을 못 한다면 그냥 죽지 살아서 뭐 해.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쪽지를 남겼습니다.

2019년 12월 말 아기를 출산한 A씨는 주변의 도움 없이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더는 아이를 양육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에 투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범행 당일에는 정신과 치료도 받았는데, 병원은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위험이 있다고 봤으나 통역인이 없어 입원 치료의 효과가 낮고 아기를 돌봐야 하는 등의 사정 때문에 입원하지 못했습니다.

의료진은 항우울제 성분의 약물을 처방해 주면서 남편에게 A씨를 혼자 두지 말고 살펴보라고 주의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이후에도 A씨는 상당 기간 우울, 섬망, 수면 전 환시증상 등 정신병적 증상에 시달렸습니다.

수사당국은 A씨가 출산과 관련한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홀로 육아를 담당하여야 하는 환경적 요인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돼 산후우울증을 앓게 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씨의 모친 및 조모와 육아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자신의 상황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그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중대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손으로 어린 딸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남편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은 지금까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피고인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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