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에서] 숙제 끝낸 이낙연, 본격 색깔내기 시동
입력 2021-01-05 18:58  | 수정 2021-01-06 15:27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당사자의 반성이 필요하며, 당원들의 뜻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친문 강경파들이 사퇴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이 대표는 여전히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낙연 사면론 갑론을박 후끈


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호남의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평소의 지론인 화합과 통합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거론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집권 5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큰 숙제가 사면 문제인데, 이 대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들어 부담을 덜어줬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고위에서도 7명 가운데 4명이 의견을 보류했고, 3명만 반대한 만큼 이 대표가 한걸음 물러섰다는 지적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타이밍 논란에 대해서도 이 대표의 임기가 이제 두달 남짓 남았고, 오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만큼 지금 아니면 사면을 논의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광주가 지역구인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잘못 생각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면론에는 공감하지만 이 대표의 접근법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호남에서는 전두환의 진정한 사과 없이 사면을 하다 보니 끊임없이 5.18을 부정하고 망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당사자 사과 없는 사면은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청와대 분위기는 어떨까요. 청와대 출신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충정은 알겠지만, 타이밍이 안 좋았다는 반응입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또 선거를 앞두는 시점에서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 대표가 정체된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자기 장사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숙제는 끝났다...이제는 이낙연 색깔 내기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대표는 지난 8월 29일 당대표 취임 이후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의료파업 처리에 북한의 공무원 사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윤리감찰단을 만들어 김홍걸 이상직 의원의 자진 탈당을 처리하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과 추미애 윤석열 갈등이 지속되면서 이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중도 통합의 이미지 대신 친문 세력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이 대표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과 함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짜리 당대표란 한계를 가지고 나선 이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2개월에 불과합니다. 이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대표로 일하면서 지지율을 올리기란 어렵다고 담담히 말했지만, 이제는 여기에서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 대표측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 대응을 비롯해 문재인정부 1호 공약인 공수처 출범 숙제를 하느라 바빴다. 이제는 이낙연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준비한 것을 내놓으며 국민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이낙연 승부수...문 대통령의 반응은

사진=연합뉴스

그런 점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색깔내기의 첫 작품이 사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대표는 MBN과 인터뷰에서 조만간 신복지체계 구상도 밝히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생활도 챙겨보는 사회통합의 의미로 풀이됩니다. 앞으로의 이 대표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과연 순탄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 이 대표가 제안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국정조사는 논란 속에 유야무야됐고, 친문세력의 반발을 불러온 사면론 사태를 보면서 이 대표의 당내 기반이 허약하다는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대표가 친문 지지와 국민 통합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친문 반발과 리더십 위기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런 가운데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 문 대통령이 사면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가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정창원 기자는?
=>현재 정치부 데스크.
1996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8년 10월부터 정치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으며,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정치 현안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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