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사태 혼쭐난 금융권, 외부 `포청천` 영입
입력 2021-01-01 17:48  | 수정 2021-01-01 19:42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내부통제와 디지털금융 강화를 위해 잇달아 외부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여기에 초저금리 시대 생존을 위한 조직 슬림화도 진행하며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금융 주도권 싸움을 본격 준비하기 시작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의 쓴맛을 본 하나·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 정비에 착수했다. 조직 내 감사 부문을 신설한 우리금융은 감사원 출신인 신민철 2사무차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기존에도 감사부가 있었지만 이를 부사장급 임원 조직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감사원 재직 당시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금융권 감사를 깐깐히 진행했던 인물로 명성이 높다"며 "감사원에서도 원칙주의자로 평가받았던 전문가"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신 부사장은 1992년 감사원에서 금융·건설 등을 담당하는 감사관으로 부임한 뒤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최근까지 PwC컨설팅 상임고문을 지내는 등 외부 경험도 풍부하다.
사모펀드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금융권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그룹'을 신설하고 그룹장으로 이인영 김앤장 시니어 변호사를 영입했다. 소비자리스크그룹은 고객의 투자자산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각 상품의 위험 등급 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상품 위험도와 고객 성향 등에 따라 투자상품 판매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한도의 적정성도 함께 점검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또한 준법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인인 왕호민 상무와 감사팀장인 김성주 본부장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조직을 키웠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준법감시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은 지난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 펀드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데다 오는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은행 산하 혁신 추진 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혁신단을 이끌 리더로 영입했다. 김혜주 상무는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신한은행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김준환 상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전문가로 은행권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AI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은 미래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분리돼 있던 조직을 '디지털리테일금융'으로 통합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금융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켜 플랫폼 금융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도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등 기능별로 분리된 조직을 플랫폼 조직으로 전면 개편했다. 사업 조직과 기술 조직 인재들이 함께 근무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동시에 기획·개발·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강화다. 신한금융은 전략·지속가능부문(CSSO) 산하에 ESG 기획팀을 신설했다. 유엔 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글로벌운영위원회(GSC) 아시아태평양뱅킹 부문 대표인 박성현 상무가 CSSO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탄소제로 프로젝트와 ESG 통합 평가모델 구축 등을 이끌 예정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ESG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조직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존 조직의 군살 빼기도 신년 인사의 트렌드다. 하나은행은 임원 중 전무 자리를 11개에서 6개로 줄이는 대신 상무 자리를 3개 늘렸다. 신한금융은 3단계로 운영되던 경영진 직위 체계를 '부사장-상무'의 2단계로 축소했다. 우리금융도 부서를 기존 24개에서 19개로 5개 줄였다.
[문일호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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