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입 `고교 블라인드` 첫 적용…"수시전형 깜깜이로 만들어"
입력 2021-01-01 16:14  | 수정 2021-01-08 16:36

"지원자가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했는지 등 학습여건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원자들이 수상한 교내 '인재상(-賞)'이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수시 최초합격자를 배출한 학교가 늘었다. 예전엔 합격자가 한 명도 없던 고교에서도 합격자가 나왔다."
서울 주요 사립대학 입학업무 담당자들은 2021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학종 서류평가를 진행한 결과를 놓고 이같이 평했다. 2019년 11월 발표된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도입된 '고교정보 블라인드'가 대입 공정성을 높이기보다는 선발 과정상 맹점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고교 블라인드에 대한 당초 우려가 이번 입시에서 일부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다음은 대학 입학업무 담당자들과의 일문일답.
Q. '블라인드'라지만 어느 학교인지 추측할 수 있지 않나?
A. 특목고와 전국단위 자사고는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다. 교과과정 자체가 특이하기 때문이다. 반면 교육과정에 별반 차이가 없는 일반고는 어느 학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Q. 일반고도 교과시험 평균·표준편차로 학교 수준을 알 수 있지 않나?
A. 제한적으로만 판별할 수 있었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 소재 일반고나 비평준화 우수 고교처럼 정시 위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교들의 경우 표준편차도 크고 평균도 낮게 잡히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작은 학교는 그만큼 내신 경쟁이 치열하고 학생들 수준도 높은 학교로 볼 수 있지만, 이런 가정이 꼭 맞아떨어지는 건 아닌 셈이다.

Q. 이번 블라인드 서류평가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는 학교들이 다소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비평준화 우수 학교의 경우 내신 관리가 어려워 학생들이 논술과 수능을 준비하면서 대입을 준비하는 에너지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밖으로 분산된다. 이전엔 어느 학교들이 교육과정을 알차게 운영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에 신입생 선발 평가에 참고할 수 있었으나 이번엔 불가능했다. 고교정보가 완전히 가려진 상태에선 내신이 좋지 않은 지원자들에겐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게 돌아갔다.
Q. 후광효과 배제한다는 당초 정책목표에 대한 평가는?
A. 고교정보 블라인드 도입 목적은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대입 평가에 반영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이 같은 권고가 없었더라도 대학들은 소위 잘사는 학생을 굳이 뽑을 이유가 없다. 교육 여건이 불리하고,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역 학생들에게 기회가 더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면 모를까. 후광효과 차단보다는 부작용이 컸다. 과거엔 고교 프로파일에 이런 내용까지 함께 제공됐기 때문에 평가 과정에 참고할 수 있었다.
Q. 지원자들의 학생부 평가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A. 개별 학교들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예를 들어 지원자들이 수상한 교내 '인재상'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개별 학교마다 인재상 수여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학교는 재학생의 1%에만 이 상을 주는 반면, 많이 주는 학교는 재학생 10%에게 수여한다. 얼마나 영향력 있는 상인지 알 수 없으니 평가에 제대로 반영하기도 어려웠다.
Q. 2022학년도부터 학생부 기재항목 줄어든다. 어떻게 평가할 방침인가?
A. 학생부 평가 항목자체가 축소되는 만큼 눈에 드러나는 성과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입시 현장의 누구나 예측하듯이 교과 성적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Q. 고교생들은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학생부를 관리하는 게 대입에서 유리한가?
A. 지망하는 대학들이 어떠한 역량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지원자들에게 어떠한 역량을 요구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각 대학들은 평가기준은 물론 개별 사례나 합격수기까지 공개하고 있다. 예비 수험생들은 이를 참고해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대목을 찾고 집중 관리한다면 더 빛나는 학생부를 만들 수 있다.
◆ 2022대입, 정시 늘어도 수시 학생부중심 전형이 여전히 대세
2022학년도 대입부터 서울 주요대학 정시모집 비중이 높아지지만 수시는 계속해서 강세다.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11개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 대비 정시 수능위주전형 비중은 2021학년도 28.7%에서 2022학년도 37.1%로 확대된다. 같은 기간 수시 학생부중심 전형의 비중은 51.1%에서 47.3%로 축소되지만 정시 수능전형보다는 여전히 10.2%포인트 높다.
수시 전형 양축인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만 놓고 보면, 학종의 비중은 2021학년도 43.6%에서 2022학년도 36.1%로 줄고, 같은 기간 학생부교과전형은 7.5%에서 11.1%로 늘어난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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