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1일 최 회장은 전체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 인사를 통해 "기후 변화나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리고 이로 인한 사회 문제로부터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그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SK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만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 덕분"이라면서 "기업이 받은 혜택과 격려에 보답하는 일에는 서툴고 부족했고 이런 반성으로부터 기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역할을 위한 예시로 김하종 신부의 일화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경기도 성남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노숙자와 홀몸 어르신 수백 분에게 한결같이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있다"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손길 덕분에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1990년 고향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빈첸시오 보르도라는 원래 이름 대신 한국 이름 김하종으로 개명한 뒤 1998년 안나의 집을 열고 노숙인, 가출 청소년, 불우 아동 등 보호·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해 왔다.
그는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SK의 역량과 자산을 활용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자"면서 SK그룹이 15년간 결식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해 온 '행복도시락' 사업을 예로 들었다. 코로나19로 전국의 많은 무료급식소가 운영을 중단한 상황에서 행복도시락을 활용해 취약 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끝으로 "지난 한 해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올해 역시 녹록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기초로 도전과 패기를 통해 우리의 행복추구를 위한 힘과 마음을 모아보자"고 말했다.
SK그룹은 올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매년 열던 대면 신년회를 취소하고 그 예산을 결식 취약계층 지원에 보태기로 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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