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성추행 피소 정황을 유출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공동대표가 정의기억연대 이사로 근무했으나 최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기억연대(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역시 단체 활동의 중심이 피해자들보다는 운동가들에게 맞춰졌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김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인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에서 위원을 맡고 있어, 위원회는 김 공동대표를 교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3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영순 여성연합 대표는 정의기억연대 이사로 활동했지만 최근 사임했다. 이날 기준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에는 김 공동대표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자격으로 이사로 등록돼 있다.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는 "(김 공동대표는)이미 사임했다"며 "7월 이후 활동 중단했다"고 밝혔다. 7월은 박 전 시장 사망과 함께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이 불거졌던 시기다.
정의기억연대 역시 올해 '윤미향 사태'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장 시절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기부금품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영순 공동대표는 여성연합 대표 자격으로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이하 일자리위원회) 위촉직 위원으로도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김명환 민주노총 전 위원장 등 근로자 대표 3명,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사용자 대표 3명 외 '일자리 정책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7명 중 한 명에 속한다.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 개선을 목표로 한 대통령 직속 기구다.
일자리위원회는 김영순 대표를 위원직에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0일 검찰 수사 결과 김 공동대표가 박원순 전 시장 피소 정황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여성연합이 김 공동대표를 직위배제한 데 따른 조치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상황파악하고 있다. (김 공동대표가)위원직에서 사임하고 위원회에서 위원을 새로 위촉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김 공동대표는)대표성을 띄고 들어왔기 때문에 여성연합의 다른 분이 맡을지, 아니면 다른 단체에서 위원직을 맡을 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위원장이 바뀌면 그 단체에서 자연히 바뀐다(위원을 이어 받는다)"고 설명했다.
여성연합은 김 공동대표가 박 전 시장 피소 정황을 유출했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후 그를 직무에서 배제 조치했다. 서울북부지검이 지난 30일 발표한 수사 결과 등에 따르면 김 공동대표는 지난 7월 8일 남인순 민주당 의원에게 박 전 시장 피소 정황을 알렸고 남 의원은 이를 바로 임순영 당시 서울시장 젠더특보에게 알렸다. 남 의원은 여성연합 상임대표 출신이고, 임 특보는 남 의원실 보좌관 출신이다.
한편 여성연합은 박 전 시장 피소 정황 유출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여성연합은 지난 30일 입장문을 내고 "(박원순 전 시장 피소 정황 유출 관련)검찰의 수사결과에 언급된 '여성단체 대표'는 여성연합 상임대표로 그에 의해 '사건 파악 관련 약속 일정'이 외부로 전해졌다"며 "피해자와의 충분한 신뢰 관계 속에서 함께 사건을 해석하고 대응활동을 펼쳐야 하는 단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 "반성폭력운동단체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피해자와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해오신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과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에야 나온 것이어서 그간 왜 먼저 이를 밝히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성연합은 지난 5개월간의 침묵에 대해 "피해자와 지원단체에 대한 2차가해, 사건 본질의 왜곡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며 "해당 내용이 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파장, 사건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바로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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