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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선박으로 한진重 살려내겠다"
입력 2020-12-30 17:32  | 수정 2020-12-30 19:44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 자동차 산업에 큰 비즈니스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선업도 환경 규제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고, 한진중공업에는 기회가 있다고 봤죠."
지난 2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허상희 동부건설 대표(57·사진) 목소리에는 한진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초부터 조선업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분석한 허 대표의 집념이 그 자신감의 근원이다. 서울 테헤란로 코레이트타워 20층 그의 집무실에는 방위산업과 조선업 분석 자료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조선업계와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불신의 눈길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허 대표는 "조선업을 모른다고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인수·합병에 나선다고 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조선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수년간 방위산업 관련 자료와 1년 이상 조선업 업황을 분석했고, 한진중공업의 경쟁력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규제 강화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패러다임 전환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IMO는 내년 1월부터 선박 연료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고, 유럽연합(EU)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허 대표는 "이산화황 배출규제에 저유황 연료,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기존 선박의 엔진 개조 등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이 가진 차별화된 기술력은 조선업 패러다임 전환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항만에 접안하지 않고 해상에서 LNG를 충전해주는 LNG 벙커링선 건조 기술과 이산화황 배출을 줄이는 엔진 개조 기술은 허 대표가 꼽는 한진중공업의 핵심 기술이다.

방위 산업에서 선보인 독보적인 기술력도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 인수를 택한 배경이다. 허 대표는 "시장 조사를 하다보니 발주청에서 국내 특수선 제작 조선사 중 한진중공업을 제일 선호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며 "상륙함과 수송함, 고속정 등에서 한진중공업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고, 정부가 방위산업의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향후 부산 영도조선소의 용도 변경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2일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일각에서는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영도조선소를 용도 변경한 뒤 개발 차익을 노리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허 대표는 "국가 중요 기간시설인 영도조선소를 사전에 개발 검토를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접근과 발상"이라며 "영도조선소를 유지하면서 중대형 선박의 건조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장해 부산지역 경제 활성화와 대형화 추세의 신조선시장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한진중공업의 풍부한 인적자원이 경영 정상화의 불씨를 키워갈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건설의 빠른 법정관리 졸업에 이어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의 안정적인 성장세는 임직원들 간 내부 결속이 힘을 발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허 대표가 이끄는 동부건설은 단 한 차례의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하지 않았다. 허 대표는 "한진중공업이 부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과 성장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한진중공업 인수가 동부건설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중공업 공동주택 브랜드인 해모로는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인지도가 높고, 동부건설의 센트레빌은 수도권에서 익히 알려진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각 브랜드가 정체성을 지켜나가되 수주 네트워크와 영업 활동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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